
[더구루=진유진 기자] 국내 패션 기업들이 내수 소비 위축을 돌파하기 위해 해외 시장 공략과 수입 브랜드 강화를 병행하는 '따로 또 같이' 전략 카드를 꺼내 들었다. 브랜드 정체성은 유지하되 시장은 다변화하며 외형 성장과 소비층 확대를 동시에 노리는 양면 전략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미스토홀딩스와 코오롱FnC는 각각 중화권 진출 확대와 글로벌 브랜드 유통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수 부진 속에서도 브랜드 경쟁력과 시장 확장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복합 전략으로 풀이된다.
미스토홀딩스는 지난달 자사 프렌치 캐주얼 브랜드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의 중화권 1호 매장을 중국 상하이 신천지에 오픈했다. 매장 개장과 함께 DIY 에코백 만들기, 포토부스, 럭키드로우 등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했으며, 중국 인기 배우 서약함의 깜짝 방문으로 SNS를 통한 입소문 효과도 얻었다.
회사는 상하이를 시작으로 항저우, 베이징 등 핵심 도시에 추가 매장 3곳을 오픈할 계획이다. 입점지는 각 도시 대표 쇼핑몰(iapm·IN77·타이쿠 리 등)로 구성해 현지 고소득층과의 접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미스토홀딩스는 마리떼 외에도 △마뗑킴 △레이브 △레스트&레크리에이션 등 MZ세대 중심 브랜드들을 중화권에 유통 중이다. 오랜 현지 사업 경험과 주요 상권과의 네트워크를 무기로, 각 브랜드의 개성과 정체성을 살리면서도 현지화된 마케팅을 병행해 효과적인 시장 안착을 꾀하고 있다.

반면, 내수 시장 안에서는 수입 브랜드 전개로 차별화된 고객 경험 제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코오롱FnC는 이달 프렌치 하이엔드 스트리트웨어 브랜드 '드롤 드 무슈'와 이탈리아 하이엔드 디자이너 브랜드 '디아티코'를 국내에 공식 론칭한다.
드롤 드 무슈는 1970년대 스포츠웨어 스타일과 1990년대 프랑스 힙합 스트리트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유니섹스 브랜드로, '낫 프롬 파리 마담(Not from Paris Madame)'이라는 위트 있는 슬로건으로 MZ세대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국내 첫 단독 매장은 이달 더현대서울에 문을 연다.
디아티코는 '라 파세지아타 백'과 '로빈 부츠' 등 현대적인 구조미와 감각적인 실루엣을 앞세운 럭셔리 페미닌 브랜드다. 이달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에 아시아 최초 매장을 열며 하이엔드 여성 고객층을 겨냥한다.
코오롱FnC는 이 외에도 △발렉스트라 △케이트 △넘버투애니원 등 글로벌 브랜드를 공식 수입 전개하며 감도 높은 소비층의 니즈에 대응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행보가 국내 소비 부진과 글로벌 확장의 교차점에서 K-패션 기업들이 취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K-패션은 국내에서는 고급 수입 브랜드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해외에서는 캐주얼·MZ 중심 브랜드로 빠르게 스케일업하는 이중 전략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단일 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브랜드 다층화를 시도하는 것이 장기 생존을 위한 선택지"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