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예린 기자] 인도 정부가 대규모 조선·선박 수리 클러스터를 조성하기 위한 부지를 확보하며 본격적인 조선 산업 육성 전략에 시동을 걸었다. HD현대, 한화오션 등 'K-조선사'들과의 협력을 도모하는 가운데, 인도발 ‘조선 르네상스’가 가시화되고 있다.
13일 인도 유력 경제지 '이코노믹타임스(Economic Times)'에 따르면 이 매체는 최근 익명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정부가 남부 타밀나두·안드라프라데시, 서부 구자라트 등 전략적 해안 지역에 조선소 및 선박 수리시설 건설을 위한 대규모 부지를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이 지역들에는 HD현대중공업을 비롯한 글로벌 조선사들과 현지 기업들 간 합작사가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주목받는 지역은 타밀나두주의 항만도시 '투티코린(Thoothukudi)'이다. 이 지역에는 HD현대중공업이 인도 국영 코친조선소(Cochin Shipyard Limited, CSL)와 함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등 대형 선박 건조를 위한 합작 조선소 설립을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약 1000억 루피(약 1조6660억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 정부 고위관계자는 "HD현대와 코친조선소는 부지를 결정 중에 있다"며 "타밀나두 주의 투티코린이 이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를 위한 최종 위치로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귀띔했다. 다만 HD현대는 코친조선소와의 합작 관련 "아직까지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안드라프라데시와 구자라트 주도 전략적 거점으로 낙점됐다. 현재 세계 각국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전력을 쏟고 있다. 네덜란드, 프랑스, 중동 기반의 글로벌 조선 관련 기업들이 현지 제조 시설 설립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게 인도측 설명이다.
특히 구자라트주에서는 칸들라항(Kandla Port) 인근 2000에이커(약 810만㎡) 규모의 조선소 부지를 민간에 임대해 개발 중이다. 한국해사기술(KOMAC) 등 국내에서도 직·간접적으로 사업에 참여한다. 한국해사기술은 칸들라 조선소 건설 입찰에 단독 응찰한 인도 기업 '어큐레이트 인더스트리얼 컨트롤스'와 조선 클러스터 설계 자문 및 첫 건조 선박 설계를 맡는 협약(MOU)을 체결했다. 한화오션도 구자라트주 칸들라항 인근의 투자 후보지를 중심으로 합작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본보 2025년 4월 13일 참고 [단독] 韓, 인도 조선소 구축 사업 참여…기술 자문·설계 담당>
인도는 조선 산업의 부흥을 위해 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정부는 △연간 최대 30%의 선박 건조 보조금 △수입 자재에 대한 관세 감면 △장기 금융지원 펀드 등 여러 정책을 통해 조선 산업 성장을 지원한다. 이를 바탕으로 2030년까지 세계 10대 조선국에 진입하고, 2047년까지 세계 5위 조선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자국의 '조선 굴기'를 실현하기 위해 글로벌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는 인도 정부는 한국 조선업계와의 파트너십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쉬리 티케이 라마찬드란 인도 항만해운수로부 차관과 마두 나이르 코친조선소 대표는 작년 12월 방한해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를 잇따라 방문하고 협력 가능성을 타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