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홍성환 기자] 미국 정치권과 경제·혁신 정책 싱크탱크인 '정보혁신재단(ITIF)'이 한국 정부에 '온라인 플랫폼법'의 입법 중단을 촉구했다. 한국에서 사업하는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인 규제라는 이유에서다.
미국 연방 하원 공화당 의원 모임인 '공화당 연구위원회(RSC)' 소속 의원 54명은 지난 21일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인 규제를 즉각 중단해달라"는 내용을 담은 서한을 강경화 주미대사에게 보냈다.
의원들은 서한에서 한미 경제 파트너십과 국가 안보 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면서,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차별적이고 정치적 의도가 담긴 조치를 하고 있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또 "최근 한미 무역합의에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을 차별하거나 불이익을 주지 않기로 합의한 내용이 포함됐다"며 "한국 정부가 약속을 무시하고 미국 기업에 계속 불이익을 주고 있고, 이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애플, 구글, 메타, 쿠팡 같은 미국 기업을 체계적으로 겨냥하는 것이 특히 우려스럽다"며 "이 기업은 양국 간 중요한 경제적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쿠팡에 대해 "지난 10년간 미국의 한국 대상 외국인직접투자(FDI)의 최대 투자처였으며, 현재 매년 수십억달러 상당의 미국산 상품과 농산물을 한국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안타깝게도 한국 정부는 민감도가 낮은(low-sensitivity) 정보 유출 사건을 구실로 쿠팡에 범정부적 공격을 가했다"며 쿠팡에 대한 영업 정지 검토, 서울 사무소 압수수색, 징벌적 과징금, 세무조사 등을 그 사례로 들었다.
RSC 의장인 어거스트 플루거 의원은 "한국은 중요한 동맹국이며 우리는 그들이 파트너십의 의무를 다하기를 기대한다"며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는 우리의 경제 관계를 훼손하고 중국에 주도권을 내줄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ITIF도 해당 서한 내용을 공유하며 "한국은 미국과의 디지털 무역에서 지속적인 마찰을 야기하는 주요 국가 중 하나"라며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최근 공개한 '무역 장벽 보고서'를 보면 한국이 미국 기술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조치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ITIF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아마존, 인텔, 퀄컴, 엔비디아 등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기업이 회원사로 참여하는 미국 싱크탱크다.
재단은 "한국은 새로운 규제가 자국 내 문제 해결을 위한 조치라고 주장하지만, 이러한 조치가 미국 기술기업에 불균형적으로 불리하게 적용돼 시장 접근을 제한하고 중국에 경쟁 우위를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또 "작년 11월 양국이 미국 디지털 서비스에 대해 차별적이거나 불필요한 장벽을 만들지 않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불과 몇 주 만에 국회는 온라인 플랫폼법을 추진하기 시작했다"며 "이 법안은 대부분 미국 기업의 특정 플랫폼에 대해 사전 의무를 부과하고 전 세계 매출의 최대 10%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플랫폼법은 국내외 거대 플랫폼의 독과점 폐해를 방지하기 위한 '온라인플랫폼 독점규제법', 플랫폼 입점업체 보호를 위한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등으로 구성돼 있다. 미국은 "거대 플랫폼의 독과점 규제시 메타, 애플, 구글 등 자국 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면서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또 "쿠팡 데이터 유출 사태를 보면 과거 한국 기업이 비교적 가벼운 처벌만 받았던 비슷한 규모의 정보 유출이 발생했음에도, 한국의 대응은 완전히 달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규제 당국은 쿠팡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영업 허가 취소를 위협하면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며 "이런 사례는 쿠팡만이 아니라 앞서 구글과 애플, 메타 등에 대해서도 사상 최대 규모 반독점 벌금을 부과했다"고 언급했다.
재단은 "한국의 규제가 미국 기업의 활동을 위축시키면서, 대신 중국 기업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며 "중국이 데이터 흐름과 네트워크 인프라, 플랫폼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미국과의 경쟁 격차를 좁히고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따라서 미국 정부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에 대해 적극적인 양자 외교를 통해 논의하고, 차별적인 규제가 두 나라 관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