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 김수현 기자] 중동 지역의 군사적 충돌이 단순한 에너지 비용 상승을 넘어 미국 기업들의 고용과 투자 등 경영 활동 전반에 심각한 불확실성을 던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상당수 기업이 향후 추이를 지켜보는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진단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연준은 4월 베이지북(경기 보고서)을 통해 "연방준비은행 관할 지역에서 에너지와 연료 비용이 일제히 급등했다"고 밝혔다. 특히 중동 분쟁으로 촉발된 유가 충격으로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이 2022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경제 전반으로 전이되는 양상이다.
연준은 "연료비 상승이 화물 운송비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비료 등 석유 기반 제품의 가격까지 밀어올리고 있다"며 "에너지 외 분야에서도 원자재 가격 상승 등 투입 비용 압박이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준 조사에 따르면 미니애폴리스 지역의 건설업계는 "이달 원자재 가격 상승 폭이 평소보다 훨씬 크다"고 답했으며 샌프란시스코 농가에서는 비료비가 농작물 판매가를 추월해 관련 대출자들의 재정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 측면에서는 노동 시장이 대체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기업들이 정규직 채용에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신 부족한 인력을 임시직이나 계약직으로 대체하려는 수요가 눈에 띄게 늘었다.
시카고와 보스턴에서는 불확실성 탓에 채용을 동결하거나, AI 도입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 신규 채용을 억제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캔자스시티에서는 저임금 가구의 실질 소득이 인플레이션을 따라잡지 못하면서 신용카드와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연준에서는 "인플레이션 재발을 막기 위해 금리 인하 대신 오히려 인상 카드를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회의에서 이미 다수의 위원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강경한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시장 전문가들은 오는 28~29일 예정된 연방공개준비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면서도, 중동 사태의 장기화 여부에 따라 '긴축 기조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