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삼성전기 세종사업장, ‘패키지기판 매출 60% 책임’ 묘수가 여기에

모바일부터 전장용 패키지기판까지…품목 다변화
외부 이물질 철저히 차단…품질 관리=수율
‘스마트팩토리’ 신공장 내년 5월 가동…초미세화 제품 생산

[더구루=정예린 기자] "세종은 부산, 베트남과 함께 패키지솔루션 부문 주요 3대 공장으로, 유일하게 생산과 연구개발(R&D)을 모두 하고 있다. 작년에는 사업부 전체 매출 2조원 중 세종에서만 1조2500억원을 달성했다"

 

지난 2일 방문한 세종시 연동면 명학산업단지 내 삼성전기 세종사업장에서 만난 임승용 패키지세종제조팀장(부사장)의 목소리에서는 일터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났다. 주력으로 하고 있는 모바일 기기 패키지 기판 제품을 다변화하고 전장용까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포부다. 

 

◇ 삼성전기 기판 사업 태동지…축구장 24개 크기

 

세종사업장은 1991년 준공돼 올해로 33년째 운영되고 있다. 축구장 24개 크기인 5만3000평 규모 부지에 공장·지원·복지동 등 12개의 건물이 들어서 있다. 내년 상반기 가동 예정인 신공장까지 합치면 생산기지만 5곳에 달한다. 세종시에서 가장 고용 인원이 많은 사업장으로, 총 1855명의 임직원이 근무 중이다. 제조 인력이 총 인원의 53%로 가장 많다. R&D와 기타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임직원 비중은 각각 36%, 11%다. 

 

삼성전기 기판 핵심 기지인 세종사업장은 국내 사업장 중 유일하게 반도체 패키지기판 단일 제품을 생산한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의 모바일 AP, 메모리 반도체, 5G 안테나와 같은 통신모듈과 전장용 반도체에 들어가는 패키지기판을 만든다. 이 곳에서 생산된 반도체 패키지기판 중 플래그십 모바일 AP용 기판은 글로벌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패키지기판은 반도체와 메인 기판 간 전기적 신호를 전달하고, 반도체를 외부의 충격 등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반도체 칩을 두뇌에 비유한다면, 패키지기판은 뇌를 보호하는 뼈와 뇌에서 전달하는 정보를 각 기관에 연결해 전달하는 신경과 혈관인 셈이다. 

 

 

◇ 품질·안전 제일…세종 강점은 '임베딩' 기술

 

세종사업장 곳곳에는 '품질과 타협은 없다', '고객의 신뢰를 얻기는 어렵지만, 잃기는 쉽다' 등 제품 품질과 작업 현장 안전을 중요시하는 문구를 담은 팻말과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품질과 안전이 곧 수율과 직결되는 사업장 경쟁력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실제 생산이 이뤄지고 있는 공장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우선 방진복으로 갈아 입고 방진모와 방진화를 신는다. 물로 방진화 밑창을 세척한 뒤 먼지 제거 필터가 장착된 에어샤워 부스에서 약 30초간 바람을 쐰다. 외부로부터 유입 가능한 모든 이물질을 철저하게 제거한 뒤 생산 공간으로 들어갈 수 있다. 방문한 기자들은 취재를 위해 스마트폰 사용이 허용됐지만 근무자들은 이용이 금지된다. 근무 중에는 한 곳에 모아 놓은 뒤 작업한다. 

 

세종사업장은 회로 배선을 구현하는 전공정을 담당하는 1·2공장과 표면처리를 하는 후공정을 맡는 3·4공장으로 나눠진다. 후공정까지 모두 마무리 되면 검품을 거쳐 제품이 최종 출하된다. 각 공장은 대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24시간 모니터링 된다. 패키지기판 생산 핵심인 온수와 전력 등이 제대로 공급되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자동화가 많이 이뤄져 공장이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와중에도 방문한 당일 내부에 근무하는 인력이 많지는 않았다. △회로 형성 △도금 △노광 △적층 △SR 등 각 공정에 맞게 설비와 다관절 로봇 등이 설치돼 있어 오차 없이 라인이 가동되는 모습이었다. 다만 자동화된 설비를 모니터링 하는 것부터 제품 분석 등까지 여전히 인간 작업자의 손길이 닿아야만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여러 생산 단계 중 세종사업장에서 주목할 공정은 적층 공정이다. 적층 공정에서 세종사업장이 강점을 가진 '임베딩(Embedding)' 공법이 이뤄진다. 임베딩은 기존 기판 위에 실장하던 캐패시터와 같은 수동부품을 기판 내부에 내장시키는 기술이다. 임베딩 공법을 통해 전기신호 경로 길이를 줄여 전력 손실을 50% 이상 줄일 수 있고, 고속 신호 전달에도 유리하다. 삼성전기는 국내 기판 업체 중 유일하게 임베딩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세종사업장에서는 1~4공장 중 4공장 1층에서 적층 공정을 실시한다. 앞선 공정에서 회로가 그려지고 수동부품을 실장할 수 있는 공간(캐비티)가 형성된 기판이 도착한다. 불순물을 제거한 뒤 표면 조도를 형성해 절연재와의 밀착력을 확보한다. 이후 과정은 노란 조명의 클린룸에서 진행된다. 각 면을 돌아가며 칩을 장착한다. 노즐을 이용해 칩을 하나씩 떼어 기판에 부착한다. 

 

칩을 모두 실장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상당하다. 이날 공장 투어 중 적층 공정에 대해 설명한 이정숙 프로는 "칩을 하나씩 떼서 붙이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공정 규격에 맞게, 기판 사이즈마다 다르긴 하지만 한 판을 붙이는 데 보통 3~6시간이 걸린다"고 밝혔다. 

 

 

◇ '전 공정·시스템 자동화' 신공장 내년 5월부터 순차 가동

 

삼성전기는 세종사업장에 5공장을 건설 중이다. 내년 5월 완공 후 일부 가동에 돌입한다. 1층은 내년 설비 반입 후 가동을 개시한다. 2~3층은 현재 개발되는 기술 개발 현황 등을 살핀 후 2024~2025년에 걸쳐 설비 반입 등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 곳에서는 기술 난이도가 높아 고수율을 요하는 초미세화 공정 기반 차세대 제품을 위주로 생산할 예정이다. 

 

신공장은 총 3층 규모 건물이다. OHT(Over Heat Transport) 컨베이어, 지능형 스토커(Stocker) 등을 설치, 생산 공정과 물류 시스템 전반을 자동화한 '스마트팩토리'로 구축한다. 세종사업장에 처음으로 원료부터 최종 제품까지 통합 생산이 가능한 인프라를 확보한다. 모든 공정을 클린룸화하고 반도체 공장과 유사한 수준의 생산 환경을 만든다. 이를 통해 외부 이물질 유입 가능성을 철저히 차단, 생산 속도를 끌어 올리고 우수한 품질의 기판을 생산한다. 

 

구체적으로 층간 이동부터 각 공정 프로세스를 모두 자동화한다. 예를 들어 각 부품에 바코드를 부여해 유닛 단위까지 실시간으로 트래킹한다. 언제, 어느 공정에 도착했고 어떤 공정을 통해 제작됐다는 것까지 시스템을 통해 세부 사항을 모두 추적할 수 있다. 현장 인력은 시스템을 모니터링하는 최소 인원만 배치한다는 방침이다. 

 

심규현 패키지세종제조기술팀장(상무)은 "모든 자동화 통해 노이즈(이물질)를 줄이는 게 향후 미세화된 제품 생산의 핵심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외부 이물질이 수율에 막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미래 경쟁력 핵심으로, 신공장을 통해 미세 기판 제품을 생산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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