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정등용 기자] 넷제로 자산운용사(NZAM) 이니셔티브를 탈퇴한 뱅가드가 고객사들로부터 소송 당할 위기에 놓였다. 고객사들은 뱅가드가 기후 변화 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넷제로 이니셔티브를 탈퇴하는 것은 신탁 의무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뱅가드 그룹 1400개 고객사들은 9일 뱅가드가 기후 리스크 관리에 대한 신탁 의무를 위반하고 있다는 내용의 항의 서한을 뱅가드 법률 고문인 앤 로빈슨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항의 서한은 폴 리스먼 시에라 클럽 재단 이사가 대표로 작성했다. 리스먼 이사는 지난 2008년 은퇴 전까지 얼라이언스번스타인 부사장과 얼라이언스 그로스 에퀴티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지낸 바 있다.
리스먼은 서한을 통해 “뱅가드는 다른 어떤 기업보다 많은 주식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이 같은 위치에도 뱅가드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리스먼은 오리건 대학교 명예 법학 교수이자 신탁 의무 전문가인 수잔 게리의 말을 인용해 “뱅가드가 기후 변화를 중대한 위험이라고 불렀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몇 가지 신탁 의무를 위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뱅가드가 이러한 신탁 의무를 위반할 경우 고객이 집단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객사들의 이 같은 반발은 뱅가드의 넷제로 이니셔티브 탈퇴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뱅가드는 지난해 12월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인덱스펀드에서 탄소배출 제로 이슈의 접근법에 문제가 생긴다”며 넷제로 이니셔티브 탈퇴를 선언한 바 있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5월에는 팀 버클리 뱅가드 최고경영자(CEO)가 영국 파이내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우리의 의무는 고객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라며 화석연료에 대한 신규 투자를 계속할 것이란 뜻을 밝히기도 했다.
리스먼은 “뱅가드가 기업 기후 전환에 대한 참여를 확대하고 위임 투표를 개선해야 한다”면서 “전체 포트폴리오에 걸쳐 보다 엄격한 기후 위험 기준을 마련하고 탄소 배출 제로 경로를 따르는 투자 상품을 확대하는 등 투자 정책 전반을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넷제로 이니셔티브는 지난 2020년 12월 9조 달러(약 1경 원)의 관리자산(AUM)을 대표하는 자산운용사 그룹으로 출범해 빠르게 성장했다. 지난해 11월 기준 관리 자산은 66조 달러(약 8경 원)에 이르며 회원사만 291개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