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길소연 기자] 일본이 자국 조선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수 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4월 수주량 기준으로 한국과 중국, 핀란드에 밀려 3위권 진입에 실패한 일본이 경쟁력 증진에 나섰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의회는 최근 자국 조선업계 경쟁력 증진을 위해 다수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번에 개정된 법안을 통해 일본 조선소들은 세금 감면, 보조금, 저금리 대출 등 혜택을 받을 수게 됐다.
다만 생산성 향상 목적의 구조조정 조치 및 투자 계획 등을 담은 일본 국토교통성(MLIT)의 관련 사업 계획이 먼저 승인을 받아야 한다.
금융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일본은 자국 해운사들이 정부 사업을 통해 신조선을 발주할 수 있도록 금융 지원에 역시 힘을 쓸 예정이다.
2000년 초만 해도 세계 1위를 다투던 조선강국인 일본이 지난달 수주에서 핀란드에 밀려 3위 자리마저 빼앗기자 대책마련에 나선 것이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국가별 조선업 4월 수주량은 중국 164만CGT(53척, 54%)로 1위를 차지했다. 한국 119만CGT(34척, 39%)로 2위에 올랐고, 핀란드가 8만CGT(2척, 3%)를 수주해 3위를 기록했다. <본보 2021년 5월 18일 참고 한·중 조선소, 수주경쟁 치열…'1위 쟁탈전'>
현재 일본은 지난 20년간 기술 등 경쟁력 면에서 한국과 중국에 뒤처지며 다수 조선소들이 폐쇄 위기에 놓여 있다.
일본의 조선업 추락은 정부 주도의 무리한 구조조정에서 비롯됐다. 일본 정부는 지난 1988년 자국 조선업계가 장기침체에 빠지자, 조선업을 사양 산업으로 규정하고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 설계·연구 인력까지 인력 절감 대상이 됐고, 최소한의 설계·연구 인력만 남은 이들이 일본은 2000년대 선박 대형화 추세나 선박 추진 기술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경쟁력이 떨어졌다.
하락세를 걷던 일본 조선업계가 돌파구 마련으로 내세운 게 규모의 경제다. 기업간 대규모 합병을 추진한 것. 일본은 지난 1월 일본 최대 조선그룹인 이마바리 조선과 2위 조선업체 재팬 마린 유나이티드(JMU)와 합병해 니혼조선소(일본조선, NSY)'을 설립했다.
특히 합작조선소는 중국과 한국에 밀려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자 조선소 합병으로 몸집을 키운데 이어 환경 성능이 높은 친환경 선박 설계로 연계해 세계 조선시장 반격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본보 2021년 2월 27일 참고 日 2대 조선소 생존 위해 '합병'…"친환경 선박으로 반격">
여기에 최근에는 오시마(大島)조선이 미쓰비시중공업(MHI) 산하 코야기(Koyagi) 조선소를 인수하고, 쯔네이시(常石)조선 역시 미쓰이E&S홀딩스(三井E&S造船)의 49% 지분을 인수했다.
합병을 통해 몸집 불리기에 나선 일본 조선업계는 수주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 덴마크 선박 금융기관(DFS) 집계에 따르면 글로벌 조선업계 수주잔량의 3분의 2 물량이 2022년 말까지 모두 인도 예정이다. 이중 일본 조선사들은 해당 기간 인도 물량이 무려 95%에 달한다. 중국과 한국은 각각 73%, 60%)에 달한다. 즉, 내년 말이면 일본이 확보했던 수주 곳간이 바닥이 난다는 얘기다.
코트라 일본 무역관 관계자는 "조선업계에 본질적으로 요구되고 있는 것은 기업합병을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도 중요하지만, 급변하는 시장 변화에 보다 유기적으로 대응해 '디지털화', '탈탄소'에 대한 먹거리를 빠르게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