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서 잇따라 '롯데 형제의 난' 조명…신동빈 체제 굳힌 韓과 대조

도요게이자이 '롯데 재벌의 기묘한 자본관계' 보도
신동주 SDJ 회장, 반전 모색 언론 플레이 가능성도

 

[더구루=김도담 기자] 일본에서 잇따라 롯데그룹 형제의 난을 '끝나지 않은 싸움'이라며 집중 조명하고 있다. 고(故)신격호 롯데 창업주의 차남인 신동빈 현 회장 체제로 굳어지는 듯한 국내와는 대조적인 분위기다. 일본롯데 이사회와 법원에서 연전연패하는 장남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상황을 뒤집기 위해 펼치는 언론 플레이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본 유력 경제지 주간 도요게이자이는 최근 유료 인터넷판에 공개한 신문에서 '롯데 재벌의 기묘한 자본관계; 끝없는 골육상잔'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는 대체로 차남 신동빈 회장에 비판적인 논조다. 신 회장을 친형을 추방하고 창업주인 친아버지를 무력화한 비정한 지배자라고 평가하며 신동빈 회장이 2019년 10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의 유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경영권을 유지하는 건 일본의 상식으로는 '괴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장남인 신동주 회장은 이 유죄 판결을 이유로 일본에서 차남 신동빈 회장의 롯데홀딩스 이사직 해임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그러나 도쿄지방법원이 지난 22일 차남 신동빈 회장의 편을 들어주며 일단락됐다.

 

신동빈 회장은 그룹 지배권의 정점에 있는 롯데홀딩스 직접 보유 지분이 4.5%뿐이지만 종업원지주회(31.1%), 임원지주회(6.7%), 미도리상사를 비롯한 3개 관계사(15.6%) 등을 실질 지배하며 롯데홀딩스 과반 이상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장남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2015년 7월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비롯한 그룹 내 모든 보직에서 해임된 이후 여섯 차례 차남 신 회장 해임안을 제출하며 그룹 복귀를 꾀했으나 번번히 부결로 끝난 것도 이 때문이다. 신동주 회장은 본인이 2015년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상사, 롯데물산, 롯데부동산 이사직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해임됐다며 일본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으나 2019년 일본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그러나 신동주 회장 역시 지분 관계에선 만만찮은 상황이란 게 이 매체의 판단이다. 신동주 회장은 롯데그룹 지배구조 최상위에 있는 일본 자산관리회사 광윤사(고준샤)의 지분 50%+1주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다. 차남 신동빈 회장의 지분비율은 38.8%로 추정된다. 광윤사는 롯데홀딩스 지분 31.5%를 보유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신동주 회장의 롯데홀딩스 직접 보유 지분 1.8%를 더하면 약 33.3%, 3분의 1 수준의 지분을 갖고 있는 것이다. 과반 지분에는 여전히 못 미치지만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주요 의사결정 때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기업승계 컨설턴트 회사 니혼덴쇼의 대표 오타 히사야(太田久也)는 최근 집필한 신간 '사업승계의 나침판(저 우량회사는 왜 오판했나)'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저자는 "장남인 신동주 회장이 부친이자 창업주인 고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롯데홀딩스 지분 0.5%의 절반(0.25%)만 물려받더라도 회사 주요 의사결정을 거부할 수 있다"며 "형제 간 분쟁의 불씨는 여전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차남 신동빈 현 회장이 추진하는 한국 계열사 중심의 지주체제 전환이나 이를 위한 롯데호텔·롯데델탈 등의 상장 역시 경영권을 뺏긴 장남에 의해 무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본보 2021년 3월16일자 참조 [단독] '롯데 경영권 갈등 리스크 여전'…日 신간서 집중 분석>

 

이 같은 일본 현지 언론·출판 내용이 장남 신동주 회장의 현지 '언론 플레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동빈 회장이 롯데홀딩스 이사회와 일본 법원에서 장남 신동주 회장을 상대로 연전연승하며 승기를 사실상 굳힌 가운데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롯데홀딩스나 광윤사 모두 지분구조는 일본 법령에 따라 비공개여서 제3자가 정확히 확인할 수 없는 추정치일 뿐이다. 국내에선 광윤사의 롯데홀딩스 보유 지분비율이 28.1%이라고 추산한다. 일본 언론 추정치보다 3.4%포인트 가량 낮은 셈이다. 이대로면 신동주 회장이 광윤사를 실질 지배하고 있고 본인이 1.8%의 지분을 추가로 보유하고 있고 부친인 신격호 창업주의 지분을 일부 승계하더라도 3분의 1 지분 확보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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