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發 '수리할 권리' 운동 호주로…LG전자 "기술·안전 보호 위해 반대"

"위조 생산 늘어날 수 있어…규제 명확한 기준 있어야"
EU, 사설업체에 공식 부품 공급 법제화…친환경 정책 일환
미국도 동참…애플, 美서는 사설업체에 공급

[더구루=정예린 기자] 유럽에서 촉발된 '수리할 권리' 열풍이 세계 각국으로 번져 호주에서도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LG전자가 '소비자 안전'과 '기술 보호'를 이유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 호주법인은 지난 1일(현지시간) 호주 생산성위원회에 수리할 권리에 대한 회사 입장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는 조쉬 프라이덴버그 호주 재무장관이 지난해 10월 관련 조사를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LG전자 호주법인은 수리할 권리 규제 논의의 배경을 이해한다면서도 "소비자 안전과 제조업체의 제품 품질 및 기술 보호를 위해서는 공인된 수리 업체가 수리를 담당해야 한다"며 "(규제가 실시돼) 소비자가 자가 수리를 하거나 사설 업체가 수리할 경우 안전 및 성능을 포함한 필수 표준을 충족하지 못할 수 있고 위조 생산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혁신 기술 산업에서 경쟁력 유지를 위한 기술 보호 관점에서도 공식 수리 업체를 활용해야 한다"며 "LG전자는 호주 소비자 법에 따른 소비자 보증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LG 제품을 평가, 진단 및 수리하도록 교육받은 공인된 기술자가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LG전자 호주법인은 다만 수리할 권리가 호주에서도 법제화 된다면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사는 "(규제에는) 조화로운 방법론과 제품 수명 주기를 기반으로 하는 정책이 포함돼야 하고 이는 측정 가능한 일관된 것이어야 한다"며 "수리할 권리가 입법화 되기 전에 호주 지역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추가적인 데이터 분석도 완료돼야 한다"고 전했다. 

 

수리할 권리는 전자제품이 고장났을 때 제조사의 공식 서비스센터에서만 수리를 받는 것이 아니라 사설 업체나 소비자가 자가 수리를 할 때도 공식 부품을 구입해 수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부분의 IT·전자 기업들은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수리했거나 사설 업체에서 수리한 흔적이 있으면 공식 수리를 해주지 않는다는 규칙이 있다. 또 사설 수리센터에는 공식 부품을 공급하지 않아 중고품의 부품을 재활용하거나 중국산 부품을 사용한다. 이 때문에 소비자는 비싼 가격에도 울며 겨자 먹기로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수리를 받을 수밖에 없다. 

 

외국에서는 이 같은 제조사의 '관행'이 불합리하다며 수리할 권리를 주장하는 소비자 운동이 일어났다. 수리할 권리를 독점하는 생산자가 전자 폐기물 문제를 악화시킨다는 주장도 뒤따랐다. 

 

결국 유럽연합(EU)는 지난해 3월 소비자에게 수리할 권리를 주는 법안을 통과시켜 올해부터 효력이 발생했다. 법안이 통과되면서 올해부터 유럽에서 판매되는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에 탑재되는 공식 부품을 사설 업체에서도 구매 가능하다. 사설 업체들도 공식적으로 생산업체로부터 부품을 공급받아 제품을 수리할 수 있고, 소비자가 직접 부품을 구입해 생산할 수도 있다. 

 

수리할 권리 법안 통과는 오는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유럽 친환경 정책의 일환이다. EU는 환경오염과 자원 낭비 방지를 법안 통과의 이유로 들었다. 

 

미국도 유럽의 움직임에 동참했다. 현재 미국 20개 주에서 관련 법안이 제출된 상태다. 애플은 미국 내에서만 지난해 8월부터 사설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수리할 권리 법안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애플은 공식 서비스센터의 수리 가격이 비싸고 서비스를 받기까지 오래 걸리기로 악명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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