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춘추전국시대…빅테크 모두 가세

美 빅테크 4개에 한·중·일 대표 기업도 올인
"소프트웨어 분야 기업 참여 가능성 높아"

 

[더구루=윤진웅 기자] 바야흐로 자율주행차 춘추전국시대다. 미국을 대표하는 빅테크 기업들은 물론 아시아에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자율주행차 개발에 가세하고 있다. 자동차와 연관성을 찾기 힘든 기업들까지 나서 기존 완성차 업체를 저울질하며 파트너사가 돼줄 것을 구애하고 있다. 눈 감았다가 뜨면 들려오는 새로운 소식에 온갖 추측이 나오는가 하면 관련 기업의 주가가 폭등, 폭락을 반복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최근 가장 핫(hot) 했던 이슈는 애플과 현대자동차의 제휴설이었다. 양사 누구도 정확한 사실관계를 밝히지 않았음에도 시장에선 사실로 받아들였다. 조지아 공장 설립 등 현대차의 미국 소식은 모두 애플과 연관 지어졌고 주가는 미친 듯이 뛰어올랐다. 지난 8일 현대차가 애플과 자율주행차 개발 협력 중단을 공식화하면서 주가는 곤두박질쳤으나 현재까지도 온갖 추측에 따른 기대감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애플이 자동차 분야에 관심을 보인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14년 '타이탄 프로젝트' 진행을 시작으로 전기차, 자율주행 관련 특허를 지속해서 출원하고 미래 모빌리티 분야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3년 뒤인 2017년 애플은 폭스바겐과 손 잡고 자율주행 셔틀 서비스 '패일(PAIL)' 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자율주행사업 구상 이전부터 자동차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있었다는 얘기다. 지금은 그동안 쌓아온 경험을 토대로 자율주행사업의 방점을 찍을 완성차 업체를 선정하는 단계인 셈이다.

 

세간의 관심이 모두 애플과 현대차에 몰려있던 탓에 국내에서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애플뿐 아니라 자율주행차 사업에 이미 뛰어든 기업들이 많다. 미국을 대표하는 IT기업 FAAMG(페이스북·애플·아마존·마이크로스프트·구글) 중에선 페이스북을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자율주행 관련 사업을 진행 중이다.

 

미국 IT기업 중 가장 먼저 자율주행사업에 뛰어든 것은 구글이다.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은 지난 2009년부터 자체적으로 자율주행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이를 토대로 무인 자동차 기업 '웨이모'가 탄생했다. '구글카'로 이름을 알린 웨이모는 지난 2018년 자율주행 택시 호출 서비스 '웨이모 원'을 출시해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시에서 무인택시를 선보이는 등 기술력을 뽐내고 있다.

 

아마존도 자율주행사업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 2019년 배터리 전기 픽업 트럭 생산 스타트업 '리비안'에 7억 달러(약 7700억원)를 투자했다. 리비안은 지난 2009년 설립된 전기차 회사로 '제2의 테슬라'라고 불리고 있다. 전기모터와 배터리, 서스펜션을 하나의 모듈로 구성해 여러 차종에 적용할 수 있는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을 개발했으며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아마존은 자율주행 기술기업 '오로라(Aurora)'에도 5억3000만 달러(약 5800억 원)를 투자했다. 오로라는 올해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시스템 상용화를 목표하고 있다.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업체 마이크로소프트(MS)는 제네럴모터스(GM) 산하 자율주행 기술개발업체 '크루즈'에 투자하며 자율주행사업에 후발대로 참여했다. MS가 자율주행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사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애저(Azure)를 크루즈에 제공, 자율주행차가 수집하는 방대한 도로 주행 데이터를 처리하도록 도울 계획이다. 자율주행 교통 대량화를 대비해 주류로 자리 잡겠다는 것이다.
 
아시아권으로 눈을 돌려도 한중일의 대표 기업들이 자율주행사업에 뛰어드는 모습이 생생하다. 중국에선 △바이두 △알리바바 △디디 등이 파트너사와 함께 관련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일본의 △소프트뱅크도 최근 자율주행 사업 진출을 시사했다.

 

중국을 대표하는 IT기업 바이두와 알리바바는 자국 완성차 업체와 손잡고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가 생산하는 자동차에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바이두는 지리자동차와 '바이두 자동차'를 설립했고 알리바바는 상하이자동차(SAIC)와 스마트 전기차 제조사 '즈지 자동차'를 세웠다. 초기에는 중국 전기차 시장을 위협하는 테슬라의 진출을 막기위한 전략이었으나 현재는 전 세계 거대 IT기업들과 경쟁 구도가 만들어졌다.

 

중국 최대 콜택시 서비스 브랜드 디디는 인공지능 로보택시 개발에 한창이다. 지난해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강화하며 관련 기술 전문 연구진을 포함한 디디오토노머스드라이빙의 직원 수를 400명 이상으로 늘렸다. 디디추싱의 자율주행 부문 COO 멍싱은 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30년까지 인터넷 콜택시 플랫폼에서 100만 대의 자율주행 차량을 운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미야카와 신임 CEO의 지휘 아래 인공지능 자율주행 분야 사업에 드라이브를 건다는 계획이다. 앞서 손정의 전 소프트뱅크 회장은 "운전대 없는 자동차 대량생산이 2년 안에 시작될 것"이라며 "대량생산이 시작되고 몇 년 뒤면 자율주행차 생산 비용이 크게 줄어들 것이고, 이는 자동차 산업을 완전히 바꾸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현대차는 앱티브와 자율주행 합작사 '모셔널'을 설립, 내년까지 자율주행차 기술을 완성하고 상용화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수소와 전기 등 친환경차 기술에 이어 자율주행 시장에서도 세계 선두권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다. 앱티브의 기술력은 구글 웨이모, GM 크루즈에 이은 세계 3위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차와 시너지로 자율주행 부문 세계 정상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밖에도 미국 페이스북, 일본 소니 등이 자율주행 사업에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차는 자동차라기 보다는 AI로보틱스나 컴퓨터게임에 가깝기 때문에 페이스북이나 소니가 후발대로 참여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특히 소니의 경우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강세를 나타내고 있어 하드웨어를 제공하는 완성차 업체와 협업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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