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투수' 이선주號 LG생활건강, 뼈를 깎는 체질 개선…'퀀텀점프' 정조준

2026.03.29 06:00:00

취임 반년…부실 자산 털어내고 수익 구조 전면 재편
美日 매출 두 자릿수 성장세…실적 턴어라운드 주목

[더구루=진유진 기자] "살아남기 위해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주도하는 조직으로 바뀌어야 한다." LG생활건강의 구원투수로 나선 이선주 사장의 올해 신년사다.

 

지난해 10월 LG생활건강 지휘봉을 잡은 이 사장은 "변화에 얼마나 민첩하게 대응하느냐가 생존과 성장의 핵심"이라며 대외적으로 경영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찰스 다윈의 진화론을 인용, "가장 강한 종이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반응하는 종이 살아남는다"고 강조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로레알 출신의 '글로벌 마케팅 전문가' 이 사장 체제 아래 유례없는 고강도 인적·물적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사장은 취임 후 과거의 부실을 과감히 도려내는 '빅배스(Big Bath)'를 단행하는 동시에, 북미와 일본을 공략하는 '시장 리밸런싱' 전략을 통해 기업 체질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

 

주력인 뷰티 사업이 흔들린 데 이어, 안정적인 수익원 역할을 하던 음료 사업까지 적자 전환했다. LG생활건강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6조3555억원으로 전년보다 6.7% 줄었고, 영업이익은 62% 이상 급감한 1707억원에 그쳤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음료 사업을 맡는 리프레시 부문에서 9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분기 기준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상황이 이러자 이 사장은 중국 시장 내 과잉 재고를 조정하고, 백화점과 면세점 등 비효율 오프라인 매장을 과감히 정리하며 내실 다기지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당장의 실적 하락을 감수하더라도 기초 체력을 다져 더 높이 도약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이다.

 

이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거대한 함선의 시대는 가고 민첩한 요트의 시대가 왔다"며 조직 슬림화를 공식화했다. 뷰티 사업부를 △럭셔리뷰티 △더마&컨템포러리뷰티 △크로스카테고리뷰티 △네오뷰티 △HDB 등 5개 전문 조직으로 재편, 의사결정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였다.

 

특히 '글로벌 10대 브랜드'를 선정해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대표 브랜드 '더후'는 기존 한방 이미지를 탈피해 '스킨 롱제비티(Skin Longevity)'라는 과학적 컨셉으로 리뉴얼하며 글로벌 MZ세대의 눈높이를 맞췄다. 닥터그루트, CNP 등 고성장 브랜드는 독립 사업부로 격상시켜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낙점했다.

 

가장 뚜렷한 성과는 북미와 일본 시장에서의 약진이다. 중국 매출 비중이 줄어드는 와중에도 북미 지역은 지난해 3분기부터 두 분기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고, 일본 시장 역시 연간 12%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과거 로레알에서 '키엘 신화'를 일궈냈던 이 사장의 글로벌 마케팅 감각이 현지 이커머스 채널 집중 공략과 디지털 비중 확대로 이어지며, '포스트 차이나' 전략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사장은 지난 24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올해 반드시 매출과 이익이 모두 성장하는 전환의 해로 만들겠다"며 배수의 진을 쳤다.

 

올해 LG생활건강을 바라보는 시장의 전망은 밝다. 증권가에서는 고강도 체질 개선 효과가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하는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반등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손민영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연결 매출액은 6조4709억원, 영업이익은 2666억원을 전망한다"면서 "상반기는 구조조정이 지속되며 전년 대비 역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나, 하반기부터는 면세 매출 정상화와 북미·일본 중심 해외 성장 가속화로 턴어라운드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박현진 신한증권 연구원은 "희망퇴직과 중국 구조조정 관련 비용 850억원이 발생한 것이 어닝쇼크를 일으킨 원인"이라면서도 "하반기부터 면세 매출 베이스가 낮아지며 화장품 부문의 기저 효과가 부각될 수 있을 것으로 올해 북미 매출 증가율은 30%대를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LG생활건강은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실적 반등을 위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고성장하고 있는 디지털 커머스, 헬스앤뷰티(H&B) 스토어 등을 전략적으로 육성해 성장 기반을 확보하고 북미, 일본 등 해외 시장 공략도 강화할 방침이다.

 

LG생활건강은 "고성장 채널과 지역을 중심으로 주요 브랜드를 집중 육성할 것"이라며 "브랜드 위주의 조직구조 개편을 단행하고, 글로벌 각국 대표 커머스 채널을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등 실적 반등을 위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진유진 기자 newjins@thegur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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