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진유진 기자] 롯데그룹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점찍은 바이오 사업에서 투자 보폭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 산하 기업형벤처캐피탈(CVC)을 통해 북미 바이오 벤처를 중심으로 한 연속 투자로 기술 확보에 나서며, 신동빈 회장이 강조해온 '제2 성장축' 전략이 본격화됐다는 평가다. 기존 유통·화학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고성장 바이오 시장을 선점하려는 중장기 성장 전략으로 풀이된다.
롯데홀딩스는 19일(미국 현지시간) 헬스케어·바이오의약 CVC를 통해 미국 바이오 기업 앨비어스 쎄러퓨틱스(Alveus Therapeutics, 이하 앨비어스)에 투자했다. 지난 2024년 CVC 설립 이후 일곱 번째 투자로, 글로벌 바이오 포트폴리오 확대 전략의 일환이다.
이번 투자에는 △뉴 라인 헬스케어 인베스터스(New Rhein Healthcare Investors) △안데라 파트너스(Andera Partners) △오메가 펀즈(Omega Funds) △사노피 캐피털(Sanofi Capital) △쿠르마 파트너스(Kurma Partners) △아베고 바이오사이언스 캐피털(Avego BioScience Capital) △글로벌 바이오액세스 펀드(Global BioAccess Fund) 등 글로벌 헬스케어 투자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비만·대사 질환 치료제 시장이 오는 2030년 1000억 달러(약 15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차세대 치료제 확보 경쟁이 가속화되는 흐름과 맞물린다.
앨비어스는 지난 2023년 설립된 임상 단계 바이오테크 기업으로, 비만·대사성 질환 치료제 개발에 특화돼 있다. 핵심 파이프라인 'ALV-100'은 GLP-1 수용체 작용과 GIP 수용체 길항 작용을 결합한 항체-펩타이드 융합 단백질로, 투여 빈도와 내약성 등 기존 치료제 한계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초기 임상 데이터에서도 체중 감소와 대사 개선 가능성이 확인되며 차세대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이와 함께 차세대 아밀린 기반 치료제 개발도 병행하고 있으며, 고선택적 아밀린 수용체 작용제 'ALV-200'은 현재 임상시험계획(IND) 신청 준비 단계에 있다. 주사제와 경구제를 포함한 후속 파이프라인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의 이번 투자는 단순 재무적 참여를 넘어, 글로벌 신약 파이프라인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읽힌다. 특히 GLP-1 계열 치료제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차별화된 기전의 후보물질에 조기 투자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롯데의 투자 흐름은 이미 연초부터 이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미국 AI 기반 공간 오믹스 기업 오믹인사이트(OmicInsight)에 투자하며 정밀의학 플랫폼 확보에 나섰다. 당시 투자는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부사장)이 주도한 첫 바이오 투자로, 그룹 차원의 바이오 전략이 선언을 넘어 실행 국면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됐다. <본보 2026년 1월 7일 참고 [단독] 롯데홀딩스, 美 '오믹인사이트' 투자…바이오 접점 확대>
불과 두 달 만에 신약 개발 기업으로 투자 범위를 확장한 것은 롯데가 진단·분석 기술에서 치료제 영역까지 바이오 밸류체인을 빠르게 넓히고 있음을 시사한다. AI·오믹스 기반 분석 기술과 신약 파이프라인을 동시에 확보해 토탈 바이오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 구체화되는 모습이다.
이 같은 투자 전략은 롯데바이오로직스와의 시너지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초기 단계 바이오 기업에 대한 선제 투자 이후, 상업화 단계에서 CDMO(위탁개발생산) 역량과 연계하는 구조를 구축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백준 롯데홀딩스 헬스케어·바이오의약 CVC 사업 책임자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글로벌 바이오 투자와 파트너십을 지속 확대할 것"이라며 "빠르게 성장하는 헬스케어 시장에서 차세대 혁신을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