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GS칼텍스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유조선 운임이 폭등한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원유 도입을 위해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을 '사상 최고' 수준의 스팟 가격으로 용선했다. 중동발 수송 차질로 급등한 해상 운송비가 원유 도입 비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유업계의 원가 경쟁력과 수익성 방어에 비상이 걸렸다.
5일 노르웨이 해운전문지 트레이드윈즈(TradeWinds)에 따르면 GS칼텍스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원유를 선적하기 위해 그리스 선사 미네르바 마린(Minerva Marine)이 보유한 31만7000DWT급 초대형 원유운반선 '판타나사(Pantanassa·2011년 건조)'를 하루 약 42만9000달러 수준의 운임으로 용선했다. 약 60일 항해 기준으로 총 운임 규모는 약 262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계약 운임은 VLCC 스팟 시장에서 사실상 역대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시장에서는 중동 정세 악화 이후 VLCC 운임이 하루 40만 달러를 넘는 초고가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다. 이전 최고 기록은 2019년 미국의 대이란 제재와 중국 코스코 해운 계열사 제재 여파로 형성됐던 하루 약 30만7000달러 수준이었다.
해당 선박은 사우디아라비아 홍해 연안 항구 얀부(Yanbu)에서 원유를 선적해 아시아로 운송한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서면서 페르시아만을 통과하는 기존 원유 수송 항로 이용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이에 원유 수출업체와 정유사들이 홍해 항구를 활용한 우회 수송에 나서면서 선박 확보 경쟁이 치열해졌고 유조선 운임도 급등했다.
실제 글로벌 유조선 운임 지표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에 따르면 중동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VLCC 항로 운임은 하루 49만3100달러까지 상승했다. 연초 약 2만8700달러 수준이던 운임이 두 달여 만에 17배 이상 폭등한 것이다.
해상 운송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가드(Gard)와 스쿨드(Skuld) 등 주요 해상보험사들은 걸프 해역 전쟁 위험 담보를 계약에서 제외하겠다고 통보했고 일부 선사는 중동 항로 화물 예약을 제한하는 조치에 나섰다.
중동 긴장은 컨테이너 해운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프랑스 해운사 CMA CGM은 중동과 인근 지역 화물에 대해 컨테이너당 수천 달러 규모의 긴급 분쟁 할증료(ECS)를 도입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항로가 확대될 경우 운항 기간이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선사들이 해협 대신 희망봉을 우회할 경우 항해 기간이 10~14일 늘어나면서 유조선과 컨테이너 운임 상승 압력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