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예지 기자] 현대자동차와 포스코홀딩스가 글로벌 싱크탱크 및 주요국 정책 입안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저탄소 철강 시대로의 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 마련에 나섰다. 철강 탈탄소화가 단순 환경 이슈를 넘어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미국 IRA 이후 강화되는 제품 단위 탄소 규제 등 글로벌 통상·산업 패권과 직결된 변수로 부상함에 따라, 민·관·학 협력을 통한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4일 미국 워싱턴 DC 기반의 싱크탱크인 ORF America에 따르면, 현대차그룹과 포스코홀딩스는 지난달 25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개최된 '철강 탈탄소화: 전략적 국제 소집(Decarbonizing Steel: A Strategic International Convening)'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했다. 이번 행사에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인도, 일본, 호주 등 7개국 18개 기관의 고위급 인사들이 집결해 저탄소 철강 생태계 구축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논의했다.
현대자동차와 포스코홀딩스 등 국내 기업들은 철강 생산의 핵심 공정인 제선 단계에서의 탄소 감축 방안과 그린 스틸의 경제성 확보를 위한 시장 창출 전략을 집중 점검했다. 특히 이번 논의는 현대차그룹의 북미 현지화 전략 및 국내 철강업계의 저탄소 공급망 구축 로드맵과 궤를 같이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앞서 현대제철은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전기로 기반 일관제철소 건설 추진 계획을 밝히며 오는 2029년 상업 생산을 통해 북미 완성차 시장의 저탄소 강판 수요에 선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참석자들은 철강 탈탄소화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는 데 뜻을 모았다. 특히 녹색 공공 조달을 통한 수요 창출, 국가별 특성에 맞는 철강 전환 로드맵 수립, 수소 및 탄소 포집·저장(CCS) 인프라 확충 등이 주요 권고안으로 제시됐다. 이는 정부가 추진 중인 '산업 공급망 탄소 파트너십' 사업과도 일맥상통한다. 정부는 현대차·기아와 손잡고 협력사의 탄소 감축 설비 교체를 지원하는 상생 모델을 통해 우리 산업 전반의 그린 전환(GX)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피유시 베르마 ORF America 선임 연구원은 "철강은 현대 경제의 근간이지만 탈탄소화 과정에서 기술과 비용, 무역 등 복잡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며 "산업 성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에너지 안보와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가 간, 산업 간의 정교한 조율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라운드테이블에는 기후솔루션, 넥스트, 플랜 1.5 등 국내 주요 기후 에너지 싱크탱크와 블룸버그NEF,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등 국제기구가 대거 참여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철강 및 자동차 업계가 실적 반등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향후 단순 가격 경쟁을 넘어 저탄소 기술 확보와 해외 현지화 투자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 국면에서 주도권을 쥐는 핵심 승부처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