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등용 기자] 최근 벌어진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를 두고 외신도 주목하고 있다. 빗썸의 내부 관리 부실 문제를 지적한 가운데 국내 거래소의 내부 통제 수준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월스트리트저널’은 10일(현지시간) ‘역대급 비트코인 실수:400억 달러가 실수로 날아갔다’(A Bitcoin Blunder for the Ages: $40 Billion Accidentally Given Away)란 제하의 기사를 통해 이번 빗썸 사태를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사태를 전형적인 '팻 핑거(입력 실수)' 사고로 평가했다. 매체는 “운영자가 테스트 과정 혹은 수치 입력 과정에서 소수점이나 단위를 잘못 입력해, 실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비트코인 수십만 개가 사용자 계정에 찍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고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닌 가상자산 거래소의 운영 리스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외부 해커의 공격이 아니라 내부 직원의 실수가 어떻게 440억 달러(약 60조원)라는 천문학적인 숫자로 이어질 수 있는지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빗썸이 제도권 금융기관으로 도약하기 위해 IPO(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지만 아마추어적인 실수로 인해 투자자들의 신뢰를 크게 잃게 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사태는 한국 가상자산 시장 전체에 대한 불안감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월스트리트저널 진단이다. 매체는 “한국 가상자산 시장은 매우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거래소들의 내부 통제 수준은 글로벌 금융 표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한국 금융당국이 더 엄격한 규제를 도입하는 중요한 명분이 됐다”고 강조했다.
베트남 과학기술정보협회 기관지인 ‘못 테 저이’는 이번 사태를 두고 “최첨단 블록체인 기술로도 고칠 수 없는 치명적인 사각지대가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매체는 “직원 한 명의 엔터 키 한 번에 따라 '절대적 안전'과 '파멸적 재앙'이 갈리는 시스템에 수십억 달러의 자산을 맡기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매체는 “거래소들은 모든 내부 작업에 대해 자동 거래 한도를 즉시 적용해야 한다”며 “다단계 승인 없이는 안전 범위를 벗어나는 그 어떤 명령도 실행되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앞서 빗썸은 소규모 판촉 이벤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직원의 입력 실수로 '원화'가 아닌 '비트코인' 단위가 적용돼 62만 개의 비트코인이 한꺼번에 고객 계좌로 풀렸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60조원이 넘는 액수였다. 막대한 양의 비트코인이 풀리면서 30분 만에 비트코인 가격이 17% 급락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