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미국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이 영국 셀라필드(Sellafield) 핵시설 해체 공정에 전격 투입된다. 인간을 대신해 고위험 정화 미션을 수행하는 핵심 역할을 맡는다. 극한의 방사능 환경 내 안전성과 효율성을 입증하며 향후 글로벌 원전 해체 시장의 기술 표준을 선점하고 상업적 공급망을 대폭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4일 영국 원자력해체청(NDA) 산하 공기업인 '셀라필드(Sellafield Ltd)'에 따르면 스팟은 컴브리아(Cumbria) 지역에 위치한 셀라필드 핵시설의 해체 및 정화 작업 현장에서 운용되고 있다. 스팟은 사람이 방호복을 착용하고 수행하던 현장 점검을 대체해 작업자의 방사선·산업 위험 노출을 크게 낮추고 있으며, 방호 장비(PPE) 사용·폐기량 감소와 해체 비용 절감 등 운영 효율 개선 효과도 확인되고 있다.
영국 최대 규모의 핵시설 해체 거점인 셀라필드는 수십 년간 원자로 운영과 핵연료 재처리 과정에서 축적된 방사성 폐기물과 오염 설비가 집중된 곳이다. 고준위 핵폐기물 저장 설비와 방사선 오염 셀(cell)·탱크·배관 등 고위험 구조물이 밀집돼 있어 해체 작업 난이도와 안전 관리 요구 수준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셀라필드는 해체 공정이 고품질 점검 데이터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가동 중 셀(active cell)과 밀폐 공간, 출입 제한 구역에 대한 원격 점검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동 점검은 방사선·산업 안전 위험이 크고 작업 시간 제약이 따른다는 점에서, 로봇 기반 점검 체계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셀라필드에 투입된 스팟은 360도 영상과 3D 라이다(LiDAR) 스캐닝, 감마·알파 방사선 동시 특성화(characterisation), 오염 시료 채취(swabbing), 환경 모니터링 기능을 결합한 원자력 특화 페이로드를 탑재하고 있다. 셀라필드는 이번 적용 사례를 NDA가 추진 중인 로봇 기반 해체 전략의 일부로 반영하고 있으며, 향후 NDA 전반으로 4족 보행 로봇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로드맵 수립에도 참고할 계획이다.
셀라필드는 스팟을 시험 단계에서 일상 운영 체계로 전환해 우선순위 시설 전반에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까지 스팟을 추가 시스템과 연계해 해체 공정 전반의 작업 속도를 높이고, 로봇으로 확보한 데이터는 3D 시각화 도구와 디지털 트윈에 연결해 실시간 상황 인식과 의사결정에 활용할 방침이다.
스팟의 도입 과정은 단계적 기술 검증을 거쳐 완성도를 높여왔다. 2021년 최초 시험을 시작으로 2023~2024년 고방사선 구역(C5)에 처음으로 배치돼 정밀 검사를 수행했다. 작년에는 파트너사 '앳킨스레알리스(AtkinsRéalis)'와 협력해 영국 원자력 분야 최초로 핵시설 외부 경계 밖에서 보안 연결을 통한 실시간 원격 조종에 성공하는 이정표를 세웠다.
이번 실전 배치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크리에이텍(Createc) △앳킨스레알리스 △영국 원자력공사(UKAEA) 산하 'RAICo' 등 파트너사가 협력한 결과물이다. 크리에이텍은 원자력 특화 센서를 통합했고 앳킨스레알리스는 원격 조종 디지털 통합을 담당했으며, RAICo는 실감 환경 테스트를 통해 기술의 현장 도입을 지원했다.
앞서 스팟은 스코틀랜드 둔레이(Dounreay) 원전의 연료순환구역(FCA) 프로젝트에서도 3D 방사선 맵핑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료하며 원전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입증한 바 있다. 20년 넘게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던 둔레이 현장에서 스팟은 특수 흡착 패드인 스마트 그리퍼를 장착해 오염 샘플을 수집하는 등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본보 2023년 9월 6일 참고 보스턴다이내믹스 로봇개 '스폿', 원자력 발전소까지 투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