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중국 이어 미국서도 ZTE에 '패배'… 5G 특허 소송 '기각'

2026.02.04 13:08:25

美 연방법원... "삼성 소송 제기 요건 타당성 부족"
영국·독일·브라질·중국·미국 등 세계 각국서 법적 공방 치열

 

[더구루=김예지 기자] 삼성전자가 중국에 이어 미국 법원에서도 중국 통신장비 업체 ZTE와의 5G 표준특허(SEP) 분쟁에서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연초부터 이어진 중국 내 특허 무효화 전략 실패에 이어, 최대 전략 요충지인 미국 시장에서마저 소송이 기각되며 삼성전자의 글로벌 특허 전략이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4일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법원에 따르면 아라셀리 마르티네스-올긴(Araceli Martínez-Olguín) 판사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삼성전자가 ZTE를 상대로 제기한 FRAND(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계약 위반 및 반독점 소송을 최종 기각했다. 마르티네스-올긴 판사는 삼성의 소송 제기 요건이 법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하며 ZTE의 기각 신청을 인용했다.


특히 마르티네스-올긴 판사는 판결과 동시에 이번 소송과 관련된 주요 증거와 라이선스 계약서 등에 대한 '봉인(Sealed)' 명령을 승인했다. 여기에는 삼성과 ZTE가 지난 2021년 체결했던 기존 라이선스 계약의 상세 조건과 양사가 협상 과정에서 제시한 구체적인 로열티 요율 등 극비 영업비밀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마르티네스-올긴 판사는 작년 11월 열린 심리 때부터 삼성의 주장에 강한 회의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미국 법원이 삼성의 소송을 정당한 권리 구제가 아닌, 특허료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압박용 도구'로 간주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법원은 자국 특허 침해 여부에는 엄격하지만, 글로벌 라이선스 요율 결정을 위해 사법 시스템을 이용하려는 시도에는 매우 냉담한 기조를 보여왔다.


이번 미국 판결은 삼성전자가 앞서 중국에서 겪은 '전략적 완패'의 연장선에 있다. 지난달 중국 국가지적재산권국(CNIPA)은 삼성전자가 제기한 ZTE의 5G 핵심 특허 2건에 대한 무효 심판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삼성은 핵심 기술의 효력을 흔들어 협상 우위를 점하려 했으나, 오히려 중국 행정 판단을 통해 ZTE의 5G 기술력만 공인해준 결과가 됐다.

 

양사의 분쟁은 지난 2021년 체결된 라이선스 계약이 2023년 말 만료된 이후 재계약 과정에서 요율 차이를 좁히지 못하며 시작됐다. 6500족 이상의 5G 표준특허를 보유한 ZTE는 정당한 가치 반영을 요구하며, 삼성전자를 결국 더 많은 로열티를 내야 하는 쪽(Net Payee)으로 지목했다. 협상이 결렬되자 분쟁은 곧바로 다국가 소송전으로 확산됐다.

 

삼성전자의 패색은 유럽에서도 짙어지고 있다. 영국에서는 1심에서 삼성에게 유리하게 임시 라이선스가 허가되며, 삼성은 이를 근거로 ZTE에 대한 표준화 기구(ETSI) 징계를 추진했다. 하지만 독일 뮌헨 지방법원은 "영국 1심 판결을 근거로 징계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독일 재판을 방해하는 행위"라며 제동을 걸었다. 이어 영국 항소법원(2심)마저 1심 판결을 뒤집고 ZTE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삼성의 전략적 기반 자체가 흔들렸다. 

 

남미 핵심 시장인 브라질 법원도 ZTE가 제기한 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며, 삼성의 글로벌 소송 전선은 사실상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삼성전자는 이번 소송에서 세계 최정상 로펌 '커클랜드 앤 엘리스(Kirkland & Ellis)'를 투입해 그레그 아로바스(Greg Arovas) 변호사 등을 내세웠으나 기각을 막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퍼킨스 코이(Perkins Coie)의 존 에스터헤이(John Esterhay) 변호사팀을 앞세운 ZTE의 방어 논리가 미국 법리 판정에서 우위를 점했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소송 가이드라인은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김예지 기자 yeletzi_0418@thegur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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