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예지 기자]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급증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 100조원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의 선도적 지위를 바탕으로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SK하이닉스는 총 2조1000억원 규모의 현금 배당과 12조2400억원에 달하는 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대규모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내놨다. AI 시대 핵심 인프라 파트너로의 전환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는 29일 진행한 연간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AI 인프라 확대로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업계 전반의 공급 능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 수급 불균형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차세대 제품인 HBM4는 고객과 협의한 일정에 맞춰 이미 양산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 공급 제약 속 재고 최저… 실적은 역대 최대
SK하이닉스의 2025년 연간 실적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47% 증가한 97조1467억원, 영업이익은 101% 늘어난 47조206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49%에 달했다.
특히 4분기에는 매출 32조8267억원, 영업이익 19조1696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4분기 영업이익률은 58%로, 메모리 업황 회복과 AI향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가 수익성을 크게 끌어올렸다.
재고는 빠르게 줄고 있다. SK하이닉스는 "4분기 D램 재고 수준이 전 분기 대비 감소했으며 이러한 타이트한 상황은 하반기로 갈수록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낸드플래시 역시 기업용 SSD(eSSD)를 중심으로 재고 감소세가 이어지며, 현재는 D램과 유사한 수준까지 내려왔다.
SK하이닉스는 이에 대응해 장기공급계약(LTA)을 강화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LTA는 수요사와 공급사 간 강한 약속이 포함된 형태"라며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는 만큼 수요 가시성 확보가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 HBM4 양산 진행 중… “양산 경험·품질이 핵심 경쟁력”
SK하이닉스는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인 HBM4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9월 HBM4 양산 체제를 구축했으며, 현재 고객 요청 물량에 대해 양산을 진행 중이다. HBM4는 기존 10나노급 5세대(1b 나노) 공정을 적용해 성능을 구현했으며, 독자적인 패키징 기술인 어드밴스드 MR-MUF를 통해 수율과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2E부터 고객사 및 파트너사와의 원팀 협업을 통해 축적한 양산 경험과 품질 신뢰는 단기간에 따라오기 어렵다"며 "HBM4 역시 HBM3와 HBM3E에서 보여준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일부 경쟁사의 진입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선도적 위치는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 2조1000억 배당·12조2400억 소각… AI Co. 설립 추진
사상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주주환원도 확대된다. SK하이닉스는 주당 3000원의 현금 배당을 결정해 총 2조1000억원 규모의 배당을 실시한다. 여기에 발행주식의 2.1%에 해당하는 1530만 주의 자기주식을 전량 소각하며, 소각 규모는 12조2400억원이다.
SK하이닉스는 "확보된 재무 여력을 바탕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지속 추진할 것"이라며 "향후에도 실적과 현금흐름을 고려해 추가적인 환원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도 병행한다. SK하이닉스는 미국 낸드 자회사 솔리다임을 개편해 AI 솔루션 투자 전담 법인 'AI 컴퍼니(가칭 AI Co.)' 설립을 추진 중이다. 회사는 1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약정을 검토하고 있으며, 실제 투자 집행은 단계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이를 통해 단순 메모리 공급을 넘어 AI 생태계 내 핵심 파트너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한편 미국 내 추가 반도체 공장 건설이나 관세 이슈 등과 관련해서는 "대내외 변수가 많은 사안인 만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대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청주 M15X 등 국내 생산 거점을 중심으로 중장기 공급 능력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 1년 만에 매출 31조·영업익 24조 '퀀텀점프'… 2024년 기록 또 갈아치웠다
SK하이닉스의 2025년 성적표는 불과 1년 전 세웠던 '역대 최고' 기록을 스스로 다시 경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24년 SK하이닉스는 연간 매출 66조1930억원, 영업이익 23조4673억원을 기록하며 당시에도 2022년 매출 기록과 2018년 영업이익 기록을 모두 갈아치운 바 있다. 하지만 1년 만인 2025년, 매출은 전년 대비 약 31조원 늘어난 97조1467억원, 영업이익은 47조2063억원으로 101% 폭증하며 사실상 '1년 만의 배(倍) 장사'에 성공했다.
수익성 지표 역시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2024년 4분기 41%였던 영업이익률은 2025년 4분기 58%까지 치솟았다. 이는 HBM3E와 eSSD 등 고부가 AI 메모리 비중이 크게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