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 라스베이거스(미국)=정예린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6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6'에 전시관을 마련하고 각 사의 인공지능(AI) 구상을 전면에 내세웠다. 개막을 앞두고 먼저 현장을 찾아 둘러본 양사의 전시관에서는 이번 CES에서 각사가 어떤 AI를 보여주려 하는지가 보다 분명하게 드러났다.
올해 CES에서는 전시 지형도 달라졌다. 과거 주요 전시관 입구를 마주 보고 차지하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구도는 사라졌다. 삼성전자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를 벗어나 윈 호텔에 대규모 단독 전시관을 마련했고, LG전자는 예년처럼 LVCC 중앙홀 입구에 전시관을 꾸렸다. 삼성전자가 빠진 전시장 입구 주변에는 TCL, 하이센스 등 중국 업체들의 전시관이 자리를 채웠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같은 'AI'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전시를 풀어내는 방식은 달랐다. 삼성전자는 사용자의 선택과 화면 경험을 중심으로 AI를 설계해 보여줬고, LG전자는 로봇과 공간을 앞세워 AI가 직접 움직이고 안내하는 장면을 강조했다.

◇ 삼성전자, CES 첫 단독관…화면과 생활을 따라 걷다
윈 호텔에 별도로 마련된 삼성전자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강한 빛과 영상이 시야를 채웠다. 입구 자체가 하나의 포토 스폿처럼 구성돼 있어 관람객들은 안으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이 지점에서 한 번씩 발걸음을 멈췄다. 스마트폰과 카메라로 사진과 동영상을 남긴 뒤에야 전시장 안으로 이동했다.
입구를 지나면 전시는 '엔터테인먼트 컴패니언', '홈 컴패니언', '케어 컴패니언' 시나리오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AI가 쓰이는 장면을 따라 걷게 만드는 동선에 가까웠다. 단독관답게 동선이 비교적 정리돼 있어 어디에 어떤 제품군이 있는지 한눈에 들어왔다.
전시장 중앙에는 130형 마이크로 RGB TV가 배치돼 있었다. 전시장의 메인을 차지한 마이크로 RGB TV 앞에는 자연스럽게 인파가 모였다. 관람객들은 화면 가까이 다가서 밝기와 색감을 살폈고, 스마트폰을 들어 화면을 촬영했다. "슈퍼 쿨", "익사이팅하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압도적인 크기와 화면 표현력이 가장 직관적으로 전달됐다는 방증이다.
마이크로 RGB 주변에는 콘셉트 전시가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아모레퍼시픽, 트윈잇(TWINIT)과 협업한 'AI 뷰티 미러(AI Beauty Mirror)'를 통해 AI 피부 분석과 디스플레이 결합 사례를 제시했다. 거울형 디스플레이에 얼굴을 비추면 AI가 피부 상태를 분석하고, 개인별 뷰티 솔루션과 컬러 추천 결과를 화면에 즉각적으로 시각화하는 구조다.
투명 디스플레이와 마이크로 LED도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특히 마이크로 LED는 측면까지 포함해 4개 면을 모두 마이크로 LED로 구성, 고객이 원하는 대로 크기와 구성을 조합할 수 있다는 '모듈형' 특성을 직관적으로 드러냈다.
작년 출시된 '갤럭시Z 트라이폴드' 역시 전시 공간에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전시장에서는 접었다 펼친 상태를 직접 확인하려는 관람객들이 몰리며 인산인해를 이뤘다. 한 화면이 세 부분으로 확장되는 구조를 실제로 보려는 이들이 연신 제품 앞에 멈춰 서서 접었다가 다시 펼치는 동작을 반복하며 화면 전환과 연결부 완성도를 살피는 모습이 이어졌다.
◇ '알아서 맞춰주는' 순간에 고개를 끄덕이다
더 프리스타일 체험 공간에서는 AI의 자동 보정 기능이 그대로 드러났다. 주름진 커튼에 영상을 비추자 굴곡이 자동으로 보정됐고, 무늬가 있는 벽지 위에 쏘자 패턴을 인식해 화면이 정리됐다. 별도 조작 없이 화각과 왜곡이 알아서 맞춰지자 관람객들은 화면과 벽을 번갈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TV 체험존에서는 AI의 세밀한 기능이 이어졌다. 청각 장애인을 위해 특정 소리만 선택적으로 줄이거나 끄는 기능이 시연됐고 스포츠 존에서는 축구 경기를 재생한 상태에서 "해설을 끄고 경기에 집중하고 싶다"는 음성 명령에 AI가 즉각 반응했다. 해설이 사라지자 화면은 경기 장면에 맞춰 조정됐다. 현장 관계자는 "현재는 월드컵을 겨냥해 축구 중심으로 구현했지만, 향후 다른 종목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장 한편에는 삼성 아트 스토어 체험 공간도 마련돼 있었다. 크리스탈 UHD를 제외한 대부분의 TV 라인업에서 아트 스토어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구성이다. 다양한 파트너사와 협업한 작품들이 대형 화면에 재생됐고, 관람객들은 TV 앞에서 작품을 감상하듯 한동안 머물렀다.
가전 전시 구역에서는 AI가 일상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중심으로 설명이 이어졌다. 냉장고 존에서는 식재료를 인식해 보관 상태를 관리하고, 상황에 맞는 메뉴를 추천하는 화면이 시연됐다. 세탁기 전시에서는 세탁물의 무게와 옷감, 오염도를 분석해 세탁·건조 강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과정이 영상으로 구현됐다. 에어컨 전시에서는 공간 상황과 사용 패턴에 따라 바람과 온도를 조절하는 AI 쾌적 기능이 소개됐다. 관람객들은 제품 앞에 멈춰 서서 설정 화면을 넘기며 작동 흐름을 확인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처음으로 전시장과 떨어진 호텔 단독 전시관을 운영하며 관람 동선에도 변화를 줬다. 전시 접근성을 보완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주요 전시장과 윈(Wynn) 호텔을 오가는 전용 셔틀을 30분 간격으로 운행했다. 셔틀 승·하차 지점과 이동 경로 곳곳에는 삼성전자 관계자들이 배치돼 팻말을 들고 셔틀 위치와 탑승 방향을 안내했으며, 전시장 외부에서도 단독관으로의 이동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동선을 관리했다.
◇ LG 클로이드가 이끈 동선…로봇으로 풀어낸 LG의 AI 구상
LVCC 중앙홀 입구에 자리한 LG전자 전시관은 예년처럼 관람객을 맞았다. 다만 주변 풍경은 달라졌다. 한때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나란히 입구를 차지하던 자리 주변에는 중국 업체들의 전시관이 눈에 띄었고, 그 사이에서 LG전자 전시관은 메인홀을 대표하는 공간으로 시선을 끌었다.
전시장 초입에는 9mm대 무선 월페이퍼 TV 'LG 올레드 에보 W6'로 구성한 대형 오브제가 설치됐다. 두 가닥의 선으로 천장에 고정된 디스플레이는 벽에 붙은 TV라기보다 공중에 떠 있는 화면에 가까웠다. 얇고 가벼운 제품 특성 덕분에 가능한 연출이다.
이날 LG전자 전시관에서 기자단을 맞이한 건 AI 홈로봇 'LG 클로이드'다. LG 클로이드는 기자단 앞에서 이동을 시작했고, 안내 담당자가 로봇 옆에서 설명을 이어갔다. LG 클로이드가 앞서 움직이면 기자단이 그 뒤를 따라 전시장 안으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로봇이 전시를 이끄는’ 연출이 초입부터 강조됐다. 다만 일반 관람객은 LG 클로이드가 안내를 진행하지 않는다.
LG 클로이드는 미리 설정된 동선을 기반으로 안내를 이어가다가 현장에서 설명 진행 상황에 맞춰 이동 타이밍이 조정되는 모습도 보였다. 예정된 시각을 지나 특정 공간 설명이 마무리되지 않았을 때 로봇이 다음 구간으로 이동하려는 동작을 보였고, 담당자가 상황을 전달하자 남은 설명을 마친 뒤 이동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흐름이 조정됐다.
LG전자를 비롯해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 등 주요 계열사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LG 클로이드는 엔비디아·구글 딥마인드·퀄컴 등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업 결과물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같은날 진행한 특별세션에서 구체적으로 LG와의 협력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어지는 구간에서는 클로이드를 구성하는 핵심 기술로 로봇용 액추에이터 브랜드 'LG 액추에이터 악시움(LG Actuator AXIUM)'도 전면에 배치됐다. 전시장에는 직경 Ø40~Ø120㎜까지 다양한 규격의 액추에이터 실물이 진열됐으며, 빠른 응답성, 정밀 제어, 에너지 효율 개선 등 각 사이즈별 특성이 패널과 함께 정리됐다. 일부 제품은 휠과 결합된 형태로 전시돼 이동형 로봇에서의 적용 가능성도 함께 제시됐다.
LG전자는 악시움을 통해 서비스 로봇, 이동형 로봇 등 다양한 로봇 폼팩터에 대응할 수 있는 표준화된 액추에이터 라인업을 구축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소형·경량 설계와 고토크 구현, 열 분산 구조 등은 로봇 관절과 구동부에서 요구되는 신뢰성과 효율을 동시에 겨냥한 요소로 설명됐다.
LG 전시관의 가전 전시는 'LG 시그니처(LG SIGNATURE)' 존에 집중됐다. LG전자는 프리미엄 라인업을 전면에 세우고, 제품군 전반에 적용한 AI 기능을 통해 사용 환경과 패턴에 맞춰 동작을 최적화하는 방향성을 강조했다.
LG전자 역시 아트 콘텐츠 전시 공간을 마련했다. 영국 런던 내셔널 갤러리와 협력한 작품을 'LG 올레드 에보 W6' 기반의 초슬림 디스플레이와 벽면 전체 연출을 통해 선보였다. 화면을 걸어두는 방식이 아니라 벽면 자체가 하나의 작품처럼 보이도록 구성해 TV와 공간의 경계를 흐리는 연출이 특징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