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김나윤 기자] 베트남의 생명보험 시장에서 한화생명, 신한생명을 비롯한 외국계 생명보험사들이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보험료 수입 증가세가 꺾인 가운데 보험금 지급은 늘고 실적의 버팀목이던 금융 수익마저 급감하면서 상반기에 전체적으로 수백 억 동의 손실을 기록했다.
13일 현지 매체 필리에 따르면 베트남 생명보험 시장의 19개 보험사 중 13곳의 외국계 보험사 상반기 보험료 수입은 약 47조 동(약 2조57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대비 1% 감소한 수준이다.
시장점유율 1위인 영국계 프루덴셜 베트남은 상반기 보험료 수입이 약 10조동(약 5500억원)으로 선두를 지켰지만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2% 줄어든 수치다.
이밖에 썬라이프, 신한생명, 제너랄리, 푸본생명 등 다수의 외국계 보험사가 상반기 손실을 기록했다.
신한생명 베트남은 올해 상반기에 보험금 지급이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했고 총 보험 사업 운영 비용도 23% 증가했다. 보험 사업의 최종 세전 이익은 1000억 동(약 54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한화생명 베트남은 같은 기간 보험금 지급·총 운영 비용이 증가하면서 수익성 악화가 두드러졌다. 보험금 지급은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고 운영 비용 역시 12% 늘었다. 이같은 비용 증가의 압박으로 보험 사업 총이익은 전년 동기 반토막인 1500억동(약 81억3000만원)에 그쳤다.
외국계 보험사의 경우 보험금 지급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된 가운데 그간 실적을 지탱하던 금융 이익도 급격히 감소했다. 외국계 13곳의 금융 이익은 13조3000억동(약 73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줄었다. 이에 반해 금융 비융은 50% 급등해 1조9000억동(약 1000억원)에 달했다.
베트남 생명보험 시장은 한때 연간 20%가 넘는 보험료 성장률을 기록하며 고성장을 누렸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둔화되어 지난 2023년에 신규 보험료 수입이 전년 대비 14% 감소하기도 했다. 불완전 판매 등 논란이 발생하면서 고객들이 생명보험 시장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7월부터 베트남에서는 새로운 보험사업법이 시행되면서 컨설팅 활동과 상품 판매에 대한 규제가 한층 강화됐다. 이에 따라 대리점 부문을 중심으로 시장 내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풍 바 캉 AIA 베트남 마케팅 부총경리는 "베트남 생명보험 시장은 아직 성숙 단계에 도달하지 않았지만 현재의 조정 은 불가피한 과정"이라며 "새로운 규제가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기업들로 하여금 상품 품질, 고객 경험 개선에 집중하게 만들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