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이병철 선대회장과 이건희 회장. [사진제공 = 삼성전자]](http://www.theguru.co.kr/data/photos/20250522/art_17483266776474_44c729.jpg)
[더구루=오소영 기자] "돌아가신 아버지와 시공간을 초월해 연결되고 싶은 마음이 깃든 게 아니었을까요."
일본의 저명한 '분재 장인' 스즈키 신지 작가가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과의 인연을 떠올리며 남긴 말이다. 그는 일본 현지 매체를 통해 나무를 사랑한 이병철 창업주를 따라 자연스레 분재에 매료됐다는 이 회장의 말을 전했다. 이 회장에게 분재는 하나의 예술작품을 넘어 '정서적 유산'이었던 것이다.
일본 출판사 '후타바샤'가 운영하는 인터뷰 전문 플랫폼 '더 체인지(The Change)'에 따르면 스즈키 작가는 27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이 회장과의 각별한 인연을 소개했다. 그는 "지인으로부터 삼성 회장님이 만나고 싶어한다는 말을 듣고 처음 도쿄 신바시에 있는 도쿄미술클럽에서 뵀다"며 "회장님께서 '꼭 저희 집에 와 주세요'라며 한국으로 저를 초대해 주셨다"라고 전했다.
이 회장은 생전 분재에 공을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그가 아낀 주목나무 분재는 매년 봄부터 가을까지 자택에서 가꾸고, 겨울이 되면 분재원 온실로 옮겨 관리할 만큼 공을 들인 작품으로 알려졌다.
스즈키 작가에 따르면 이 회장에게 분재는 취미 이상이었다. 삶의 유한함을 마주한 순간, 삶과 죽음을 고찰하고 이미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시간을 초월해 교감할 수 있는 유일한 소재였다. 이 창업주 또한 공장 내 나무에 직접 번호를 붙여 관리했을 정도로 나무를 사랑했다. 황폐한 산을 사들여 새로운 품종의 나무를 심어 숲으로 가꾼 끝에 오늘날의 에버랜드를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나무에 대한 사랑은 대(代)를 이어 아들 이건희 회장에게도 전해졌다.
스즈키 작가는 "(이 회장이) 아프신 뒤 선대 회장님께서 소중히 가꾸신 분재에 자연스럽게 눈길이 가게 됐다고 털어놓으셨다"며 "생명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면서, 이미 세상에 없는 분과 분재를 통해 연결되고 싶다는 마음이 드셨던 걸지도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비록 곁에 없더라도, 그분이 사랑했던 것(나무)이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눈앞에서 살아 숨 쉰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라며 "분재를 곁에 두고 바라보며 자신의 뿌리나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들을 떠올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