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해저 깨운 SK '클러스터링' 전략, '무자원 산유국' 현실로

2025.05.13 06:00:02

'유망 지역' 쿨롱분지서 4개 광구 보유
내년 10월부터 15-1/05 광구의 황금낙타 구조서 생산
15-1·16-2 광구 추가 탐사·개발

 

[더구루 호치민(베트남)=오소영 기자] '베트남의 검은 금광(Mỏ vàng đen của Việt Nam)'


해안도시 베트남 붕따우를 일컫는 또 다른 수식어다. 호치민 시민들의 주말 휴양지로 알려진 붕따우는 베트남 석유 산업의 심장이기도 하다. 베트남 최초의 상업용 해상 유전인 백호유전은 1970년대 붕따우 인근에서 발견됐다. 러시아 국영석유기업 자루베즈네프트와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 영국 하버에너지 등 주요국 메이저 석유 기업들도 붕따우 앞바다에 노다지를 캐고자 앞다퉈 진출해 있다.

 

◇ 내년 10월 생산 광구 추가…베트남 생산량 확대 

 

 

최종현 선대회장 때부터 시작된 SK그룹의 '무자원 산유국'의 꿈이 여물고 있는 곳도 바로 이곳, 붕따우다. 호치민에서 동남쪽으로 이어진 고속국도를 따라 차로 약 2시간을 달리자 어느덧 고층 건물이 자취를 감추고 탁 트인 바다가 모습을 드러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후덥지근한 공기에 숨이 턱 막혔다. 항구도시 붕따우에 도착했음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기자가 지난 12일(현지시간) 찾은 SK어스온 플랫폼 제작현장에는 15-1/05 광구 황금낙타 구조에 설치될 자켓과 탑사이드 공사가 한창이었다. 오전 11시, 섭씨 30도를 웃도는 찜통 더위에도 근로자들은 긴 팔, 긴 바지를 입고 용접 작업에 열중했다. 공사장 한켠에 쓰임새를 기다리는 자재들이 놓여있고, 철골을 실은 트럭이 바삐 오갔다.

 

누운 상태로 제작 중이던 자켓은 지열을 그대로 흡수한 듯한 시뻘건 철골이 얽히고설켜, 마치 하나의 거대한 철제 정글을 연상케 했다. 완공 후 그대로 배에 실려 해상으로 운송되며, 높이 100m의 큰 못(파일·Pile)을 통해 해상에 고정된다.

 

자켓은 원유 처리 시설인 탑사이드를 해상에 설치하기 위한 지지대 역할을 한다. 시추리그와 연결돼 시추도 진행할 수 있다. 추출된 생산물은 가로 70m, 세로 70m 면적의 탑사이드에서 정제된다. 자켓 위에 탑사이드까지 설치된 생산플랫폼은 총 높이가 40여 층 아파트에 해당하는 90m에 달하며, 총중량은 8000톤(t)이다.

 

SK어스온은 약 4000억원을 투자해 작년 10월부터 생산플랫폼 제작을 시작했다. 자켓과 탑사이드는 각각 75%, 30%의 공정률을 기록하고 있다. 안형진 SK어스온 호치민지사 PM은 "오는 7월 자켓 건조를 마무리하고 10~11월 해상으로 옮겨 시추를 시작하려 한다"라며 "초기 절반만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자켓은 총 8개의 슬롯(Slot)을 통해 24개의 생산정에서 원유를 뽑아올릴 수 있도록 설계됐는데, 우선적으로 4개 슬롯·12개 생산정을 통해 시추를 진행하겠다는 뜻이다.

 

내년 8월 탑사이드 건조가 마무리되면 2029년까지 생산 기지 역할을 할 플랫폼이 완성된다. SK어스온은 이 플랫폼을 통해 내년 10월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일산 최대 생산량은 2만 배럴. SK어스온은 지분(25%)에 해당하는 5000배럴을 가져간다. 1998년 지분 투자한 15-1 광구에 이어 추가로 생산 광구를 확보하며 베트남 원유 생산능력이 크게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유망 지역' 쿨롱 분지 집중 투자…'제2의 페루 신화' 재현

 

SK어스온의 자원개발사업 신화는 페루에서 개화됐다. 1996년 8광구 지분 참여를 시작으로 88광구, 56광구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확장을 거듭해왔다. 2004년 88광구에서 첫 가스 생산의 쾌거와 함께 지속 개발을 통해 2025년 기준 페루 자원개발사업의 일 생산량은 약 4만4000배럴에 달한다.

 

SK어스온은 페루에서의 성공 경험에 힘입어 잠재 자원량과 탐사·개발 잠재력이 높은 베트남에 진출했다. 베트남은 원유와 가스를 포함해 약 44억 배럴의 자원이 매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SK어스온은 특히 베트남에서 탐사 유망성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히는 쿨롱 분지에 주목했다.

 

쿨롱 분지는 베트남에서 생산되는 원유와 가스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해상 분지다. 베트남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내에서도 유망한 자원개발 지역 중 하나로 분류된다.

 

또한 쿨롱 분지에 매장된 자원은 가스 대비 원유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통상 가스 대비 원유의 판매가격이 높아서 원유 생산 비중이 높은 유전이 수익성이 좋은 것으로 평가된다. 거기에 더해 해당 지역의 원유는 불순물이 적고 정제가 용이한 미국석유협회(API) 34 이상의 고품질 경질원유로 구성돼, 황 함유량이 낮아서 상품성도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SK어스온은 쿨롱 분지에서 4개 광구를 보유하고 있다. 15-1 광구 지분 투자를 시작으로 클러스터링 전략(핵심 지역 집중화)을 펼치며 인근 광구 개발에 나섰다. 2007년 15-1/05 광구와 2019년 15-2/17 광구, 2020년 16-2 광구로 사업을 확대했다.

 

◇클러스터링 전략으로 연이은 성공 '낭보'

 

 

클러스터링 전략은 유효했다. SK어스온은 생산·개발 광구들과 인접한 광구에 추가 탐사를 진행해 성공 가능성을 높이며 베트남 자원개발사업의 새 캐시카우를 만들어내고 있다.

 

15-1 광구는 베트남에서 누적 생산량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광구다. SK어스온은 2003년부터 원유 생산을 시작해 SK지분 기준 하루 평균 약 3300 배럴(2025년 기준)을 생산하고 있다. 2023년 누적 4억 배럴의 생산량을 달성했다.

 

15-1/05 개발광구는 황금낙타 구조에 이어 지난달 인근 붉은낙타 구조 탐사정 시추에서 추가 원유를 발견하고 시험 생산에 성공했다. 15-2/17 광구도 개발가능성 평가가 진행 중이다. SK어스온은 올해 1월 15-2/17 탐사광구 황금바다사자 구조에서 탐사정 시추를 통해 원유를 발견했고, 일산 1만 배럴 규모의 원유를 시험 생산해 내는데 쾌거를 이뤘다.


이들 광구는 쿨롱 분지에 위치해 고품질 원유가 대량으로 매장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인근 광구와의 연계 개발을 통해 빠르게 상업화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15-2/17 광구는 쿨롱 분지에서 최근 10년 간 발견된 유전 중 가장 큰 유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부 외신들은 석유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베트남 15-2/17 광구에서 최소 1억7000만 배럴 이상의 발견잠재자원량이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이는 대한민국 연간 석유소비량의 약 18%에 해당하는 규모다.

 

SK어스온이 직접 운영 중인 16-2 광구 개발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SK어스온은 지난 2023년 탐사정 시추를 통해 원유를 발견한 이후 기술 평가, 탐사·평가 계획을 수립하는 동시에 추가적인 탐사를 통해 개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내달 10일 시추선을 활용해 광구 내 유망 지역인 붉은하마 구조에서 추가 탐사정 시추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 시추선은 최근 추가 원유가 발견된 붉은낙타 구조 시추에도 활용됐다. 이달 초 시추 작업을 마치고 복귀해 출항을 위한 정비를 진행 중이다.

 

노정용 SK어스온 동남아 사업담당은 "SK어스온의 베트남 자원개발사업은 15-1 광구의 안정적인 생산량을 바탕으로 3개 광구의 생산까지 더해진다면, 페루의 신화를 잇는 SK어스온의 안정적 캐시카우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오소영 기자 osy@thegur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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