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오소영 기자] 대만 디지타임스 리서치가 미국발 관세 영향으로 인공지능(AI) 서버 시장이 공급망 리스크를 겪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계적인 파운드리 회사 TSMC의 애리조나 공장 생산능력은 제한적이며 미국산 고대역폭메모리(HBM)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10일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옌 추(Yen Chou) 애널리스트는 AI 서버 시장이 향후 2~3년 동안 두 가지 주요 병목 현상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선 TSMC의 애리조나 공장 생산 능력에 의구심을 표했다. 엔비디아와 애플, AMD 등 글로벌 기업들이 관세를 피하기 위해 애리조나 공장에 주문을 넣는다면 TSMC에서 이를 감당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월간 생산능력이 12인치(305㎜) 웨이퍼 기준 약 1만 장에 불과해서다.
또한 HBM 부족을 우려했다. 추 애널리스트는 올해 약 150만 개의 HBM 생산이 예상되며 이중 마이크론의 생산량은 약 34만 개에 그친다고 봤다. 주요 공급사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모두 한국에 생산기지로 보유하고 있어 미국산 비중은 절반일 것으로 전망된다. 추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의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규모라며 비용 절감을 원하는 미국 기업들이 현지에서 생산된 HBM을 원할 수 있으나 단기적인 공급난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가격 인상을 불러올 전망이다. 미국산 HBM을 활용하는 AI 가속기와 그렇지 않은 제품의 생산 비용은 다르지만 제조사 입장에서는 같은 제품에 다른 가격을 책정할 수 없어서다. 결국 평균 생산 비용을 반영해 전체적으로 제품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게 추 애널리스트의 분석이다.
추 애널리스트는 가격 인상으로 인해 AI 서버 수요는 감소한다고 전망했다. 특히 예산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구매를 미루거나 포기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전자기기 위탁생산(Electronics Manufacturing Service·EMS) 업체를 비롯해 대만 제조사들의 미국 투자는 가속화 된다고 관측했다. 폭스콘은 휴스턴 공장 확장을 추진 중이며, 위스트론도 지난 2월 미국 신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변수는 공장 가동까지의 기간을 얼마나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느냐다. 추 애널리스트는 아시아에서 EMS 공장을 지으면 1년이 걸리지만 미국에서는 1.5~2년이 소요된다고 추정했다. 인건비도 높아 기업들은 마진이 높은 제품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