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면허자 제어봉 조작'…한수원 '안전불감증' 도마 위

2020.01.28 06:00:00

-한빛 1호기 열출력 급증 사고 내부감사 결과 발표
-허위 진술에 진술 번복, 반론자 불참한 '중요작업 전 회의'

[더구루=오소영 기자] 한국수력원자력 직원이 무면허자가 제어봉을 조작한 사실을 인지하고도 이를 숨기고 조사 과정에서 허위 진술한 것이 드러났다. 작업 전 회의에서 필수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반론자는 불참했고 사고 원인이 됐던 제어봉의 위치 편차 문제도 사전에 알았으나 근무자들 간 공유되지 않았다.

 

◇무면허자 제어봉 조정 알고도 '허위 진술'

 

28일 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 8일 발생한 한빛 원전 1호기 정지 사고에 대한 특정감사를 실시해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감사에서는 한수원 직원 A씨는 조종면허가 없는 계측제어팀이 제어봉을 일부 운전한 사실을 인지하고도 조사 과정에서 이를 숨긴 사실이 드러났다.

 

현행 원자력안전법 84조는 무면허자가 제어봉을 조작할 경우 면허보유자의 지도와 감독을 받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징역 1년 또는 벌금 1000만원 이하의 형사 처벌을 받게 된다.

 

A씨는 지난해 5월 10일 1차 자체 사고 조사회의 직전 계측제어팀 부하 직원으로부터 제어봉을 조작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이후 회의에서 면허자가 모든 제어봉을 조작했다는 사실과 다른 진술이 나왔으나 A씨는 침묵했다. 사내 조사 담당 부서에 보고도 하지 않았다. 같은 달 15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조사단이 사실 확인을 요청하자 그제야 진술했다.

 

사고 조사 회의에서 진술이 번복되는 일도 있었다. 교대근무조였던 B씨는 1차 회의에서는 면허보유자가 직접 제어봉을 운전했다고 말했으나 2차에서는 무면허 직원이 조작했다고 진술을 바꿨다. 직원들이 조사 과정에서 사실대로 진술하지 않고 침묵하면서 한수원의 신뢰도가 더욱 떨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있으나 마나 한 '중요작업 사전 회의'

 

안전 강화를 위해 도입한 반론자 제도도 지켜지지 않았다. 한수원은 운영실장이 지정한 반론자를 중요작업 전 회의에 참석시키도록 하고 있다. 이 회의는 근무자 교대 시 작업자 간의 중요사항을 전달하기 위한 자리로 한수원은 반론자가 참여해 안전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았다. 사고 전날 열린 중요작업 전 회의는 반론자가 불참한 가운데 진행됐다. 최초에 투입된 근무조를 제외하고 두 번의 작업조를 교대할 때에도 중요작업 전 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일부 직원은 제어봉의 위치 편차 문제를 사전에 알고 있었으나 회의에서 공유하지 않았다. 한수원은 사고 당일 동적 제어봉·제어능 측정법을 3회 실시했으나 실패하자 다른 측정법인 봉소희석법 및 제어봉 교환법을 사용했다. 변경된 측정법을 사용할 경우 제어봉 그룹 간 위치 편차가 발생한 사례가 있었고 당시 근무조 직원은 이를 알고 있었으나 공유하지 않았다.

 

실제 사고 당일 제어봉 뱅크 중 B뱅크를 66스텝까지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B뱅크에 속한 1개 제어봉이 12스텝 덜 딸려오는 편차가 생겼다. 한수원이 B뱅크를 100스텝까지 한 번에 높이자 원자로 출력이 18% 가까이 뛰며 사고가 발생했다.

 

한빛 1호기 가동 중지 사건은 지난해 5월 9·10일 원전 열출력이 기준치를 초과해 급증하며 발생했다. 1호기는 정기검사 중 이상이 발견돼 가동을 중단했다. 지난달 9일 재가동한 지 하루 만에 다시 열출력 증가로 운전을 멈췄다.

오소영 기자 osy@theguru.co.kr
Copyright © 2019 THE GURU. All rights reserved.












발행소: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81 한마루빌딩 4층 | 등록번호 : 서울 아 05006 | 등록일 : 2018-03-06 | 발행일 : 2018-03-06 대표전화 : 02-6094-1236 | 팩스 : 02-6094-1237 | 제호 : 더구루(THE GURU) | 발행인·편집인 : 윤정남 THE GURU 모든 콘텐츠(영상·기사·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19 THE GURU. All rights reserved. mail to theaclip@thegur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