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등용 기자]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이 아모레퍼시픽에 대해 부정적인 투자의견을 내놓았다. 아모레퍼시픽은 JP모건 주최 기업설명회 행사에도 참석했지만 이 같은 결과를 받으면서 축계망리(逐鷄望籬·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 신세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JP모건은 10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확대(Overweight)에서 비중축소(Underweight)로 하향 조정했다. 목표주가도 기존 19만원에서 11만원으로 대폭 낮추면서 회사 재무 실적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이 같은 결과는 그동안 아모레퍼시픽 주가를 견인해 온 코스알엑스(COSRX) 브랜드 실적 모멘텀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됐다. JP모건 애널리스트들은 3분기부터 코스알엑스의 탑라인 성장률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간 성장률도 전년 대비 38%에 그쳐 목표치인 50%에 못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JP모건 애널리스트들은 현재 에센스와 크림 등 코스알엑스의 가장 인기 있는 달팽이 제품 라인이 48% 할인된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브랜드 자산의 잠재적 잠식과 매출 유지를 위해 광고·판촉(A&P) 지출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JP모건은 아모레퍼시픽에 대해 ‘단기적 주가 하락 가능성 주시(Negative Catalyst Watch)’ 등급을 부여하기도 했다. 이 등급은 주식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향후 사건이나 동향에 대한 회사의 주의를 반영한다.
특히 JP모건은 올해와 내년 아모레퍼시픽의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각각 21%, 16% 하회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JP모건은 아모레퍼시픽이 보다 낙관적인 전망을 받기 위해서는 현재 전체 매출의 20% 미만을 차지하는 RX 라인을 포함한 비(非)달팽이 제품 라인의 매출이 크게 개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만약 이러한 개선이 없다면 향후 아모레퍼시픽의 주가 흐름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겠다고 덧붙였다.
아모레퍼시픽이 JP모건으로부터 이 같은 평가를 받으면서 지난 8월 진행한 기업설명회가 '맹탕' 아니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8월 30일 JP모건을 후원기관으로 선정 해외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사업 현황을 설명하는 ‘JP모건 코리아 코퍼레이트 데이 2024’에 참가한 바 있다. 당시 아모레퍼시픽은 2분기 실적 발표 리뷰와 하반기 실적 전망, 미국과 유럽 뷰티 시장 확장에 따른 신수요 창출에 대해 집중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