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생산능력 과잉 문제 해결 못하면, ESS 전환 실효성 '한계' 지적

2026.04.18 07:40:29

美 EV 둔화에 배터리 설비 '과잉'…ESS로도 흡수 한계
전환에 18개월·수억달러…中 LFP 공급망 의존 부담

[더구루=정예린 기자] 전기차 수요 둔화로 누적된 배터리 생산능력 과잉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에너지저장장치(ESS) 전환의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수요 규모와 전환 비용 간 격차가 커 자동차·배터리 업계의 부담이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 시장이 당초 예상보다 부진하면서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기업들이 구축한 생산능력이 실제 수요를 크게 웃돌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증가하며 ESS 시장이 확대되고 있으나 증가 속도는 기존 전기차 배터리 투자 규모를 흡수하기에는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컨설팅업체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는 올해 북미 ESS 수요를 약 76기가와트시(GWh)로 추산했다. 같은 기간 자동차 업계가 확보한 배터리 생산능력은 약 275GWh로 3배 이상 많다. 향후 5년간 ESS 수요가 125GWh까지 확대될 전망이지만 현재 설비 규모를 고려하면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전기차 수요도 둔화하고 있다. 7500달러 규모의 소비자 세액공제가 지난해 9월 종료된 이후 최근 6개월간 판매가 25% 이상 감소했다. 당초 수요 확대를 전제로 진행된 대규모 투자와 실제 시장 흐름 간 괴리가 벌어진 셈이다.

 

설비를 ESS용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도 비용과 시간이 추가로 투입된다. ESS에 주로 쓰이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기존 니켈계 전기차 배터리와 공정이 달라 생산라인 변경에 최대 18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수억 달러 규모의 자금이 필요하며 공정 안정화까지 감안하면 기업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기술과 공급망 구조도 변수다. LFP 배터리 기술과 원재료 공급망은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 미국 내 생산 확대 과정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동시에 원가 상승 압력이 발생하는 구조다. 중국산 양극재와 음극재에는 약 35%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북미 내 3개 공장을 ESS용 배터리 생산으로 전환하며 대응에 나섰다. 연간 최대 50GWh 규모 생산 능력 확보를 추진 중이다. 다만 이는 전체 생산능력의 일부에 그쳐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에는 제한적인 수준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도 사업 구조 조정에 나섰다. 포드는 SK온과의 배터리 합작사 '블루오벌SK'를 청산하고 켄터키 공장을 ESS 배터리 생산시설로 재정비한다. 향후 2년간 20억 달러를 투입해 배터리 저장 사업 부문을 확대할 계획이다. 제너럴모터스(GM)와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사 '얼티엄셀즈'는 테네시 공장을 ESS용 배터리 생산으로 전환, 2분기부터 양산에 돌입한다. 

 

테슬라는 ESS 사업에서 비교적 앞선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ESS 사업은 2025년 기준 약 30%의 매출총이익률을 기록하며 자동차 사업(약 15%)을 웃도는 수익성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예린 기자 yljung@thegur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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