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한아름 기자] 일본 외식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 감염병 완화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외식 업종이 호황을 이룰 것이란 전망과 다르게 식재료값 인상·인력난 등 이중고로 시름하고 있다. 이에 일부 기업들은 신메뉴를 개발해 객단가를 높이고 무인 주문기·서비스 로봇을 도입하는 등의 노력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17일 일본 푸드 서비스 협회가 조사한 '2021년 연간 일본 외식산업 시장 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외식업계 전체 매출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대비 83.2% 감소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음식점 영업시간 단축, 주류 판매 제한, 소비자의 외출 자제 등의 여파로 극심한 불황을 겪은 것이다.
코로나 기간 문을 닫는 음식점들이 속출했다. 닛케이신문과 NTT타운페이지의 조사 결과, 코로나 여파에 점포 4만5000개가 폐업했다. 2019년(약 74만 7000개)보다 약 6%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4차례 선포된 5개 도도부현(도쿄·홋카이도·오사카·아이치·후쿠오카) 기준으로는 점포 1만 6000개가 문을 닫았다.
지난 3월 일본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제하면서 외식 업종 정상화에 기대감이 실렸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침공, 이상기후 등의 여파로 수입 식자재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엔저 현상까지 겹치면서 외식 업계가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다.
일본 외식 업계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던 일본 외식 업계는 코로나로 인해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에 따른 일본 정부의 입국 제한 조치로 외국인 종업원 채용이 어려워지면서 일본 내 인력 부족 현상이 한층 더 심각해졌다.
식자재 가격 인상과 인력 부족 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일본 외식업계가 꺼내든 카드는 '신기술 도입'이다.
먼저 터치스크린 방식의 무인 주문·결제기인 키오스크, 서빙 로봇을 도입하겠단 기업들이 많아졌다.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는 데다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매장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데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작년 키오스크를 도입 확대하거나 신규 도입한 기업은 전체의 44.2%에 달했다. '앞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힌 비율도 14.9%였다. 서빙 로봇 도입에 대해서도 전체의 44.2%가 '내년에 투자를 검토 중'이라고 응답했다. 일본 최대 패밀리 레스토랑 스카이라쿠 홀딩스는 지난 4월 약 880개 점포에 서빙 로봇을 도입 중으로, 연내 ‘가스토’를 중심으로 3000개 점포에 서빙 로봇을 확대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도 보인다. 신메뉴 혹은 세트 메뉴 등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개발해 객단가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일본 만두 전문 체인점 '교자의 오쇼'는 지난 5월 가격을 인상함과 동시에 신메뉴 출시·할인 캠페인을 진행했다. 기존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는 동시에 신규 고객층까지 확보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 5월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120.3% 늘어난 73억 8400만 엔(약 710억 원)에 달했다.
교자의 오쇼는 매출 확대 배경에 대해 매달 한정판 라멘·야키소바(볶음 우동) 등 새로운 메인 메뉴를 개발하고 만두와 묶음 판매함으로 객단가를 높인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스탬프를 모으면 각종 할인 혜택을 부여하는 회원 카드 제도도 만들어 기존 고객의 충성도를 높였다.
덮밥 체인점 스키야의 경우, 덮밥 가격을 14% 인상하면서 매달 3개에서 5개 사이의 신메뉴를 출시했다. 모닝·런치 세트 메뉴 구성도 다양화했다. 그 결과 지난 5월 전체 점포 매출은 2019년 5월보다 14% 증가했다.
김소정 코트라 도쿄무역관은 "일본 외식 기업은 객단가를 높이는 동시에 상품력 강화와 각종 할인 캠페인 진행을 통해 고객 이탈 방지와 신규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며 "물가 상승과 인력난 등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기업의 경우, 일본 외식업계의 대응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