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냐 민심이냐…대만 정부, 최악 가뭄에 '골머리'

관개용수 공급 중단…2.2억평 농지 영향
56년만 최악 가뭄…물 부족 적색경보 발령

 

[더구루=정예린 기자] 최악의 가뭄 사태를 겪고 있는 대만에서 정부의 대응을 놓고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관개시설 운영을 중단하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 구하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대만 정부는 최근 가뭄 해결 방안으로 관개용수 공급을 중단하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대만 내 관개 면적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18만3000에이커(약 2억2402만3854평) 규모의 농지가 영향을 받게 됐다. 

 

당국은 피해를 입은 농업인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며 민심을 수습하고 있지만 한 해 농사를 망치게 되자 여론은 싸늘해지고 있다. 

 

대만 북부 신주에서 농사를 짓는 추앙 청등 씨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돈을 사용해 농부들의 입을 다물게 하고 있다"며 "수확이 방해를 받으면 고객들은 다른 공급처를 찾게 될 것이고, 이는 수년 간의 수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대만은 지난달 6년 만에 물 부족 적색경보를 발령하고 각종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북부 일부 지역에서는 수압을 낮추고 일주일에 이틀은 물 공급이 중단된다. 현지 미용실에서는 샴푸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주유소 세차도 중단됐다. 

 

산업용수와 농업용수도 모두 사용량을 줄이도록 명령했다. 타이중, 신주, 마오리현, 타이난, 자이현 소재 기업들에게 용수 사용량 7~15%까지 감축을 요청했다. 특히 대규모 관개시설 중단으로 물 사용량을 급격하게 줄였다. 

 

왕이펑 대만 수자원국 부국장은 "관개시설을 이용하더라도 올해 수확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현저히 부족한 물을 공장과 집이 아닌 농경지에 공급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손실이 될 것"이라며 정부 정책을 옹호했다. 

 

TSMC는 정부의 절수 조치에 대형 물탱크 트럭 구매량을 늘리며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월 3600t의 물을 샀고 추가 구매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신주에 있는 TSMC 생산시설은 하루에 6만3000t의 물을 소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주시에 물을 공급하는 2개 저수지의 물 공급량 10% 이상에 달하는 규모다.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용수 사용은 필수적이다. 웨이퍼를 깎고 남은 부스러기를 씻어내는 등 공정 전후에 진행되는 세정 작업에 주로 사용되고, 웨이퍼 연마나 절단 시에도 이용된다. 특히 초미세공정을 다루는 반도체는 공정 사이사이 웨이퍼를 정제된 물로 씻어내는 과정을 거쳐야 청정도를 확보하고 수율을 높일 수 있다. 

 

다만 현지 산업화 과정에서 TSMC가 지역 경제의 주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여론도 적지 않다. 농부인 양 쿠에이 추안 씨는 "대만이 산업화되지 않고 농업에만 의존했다면 지금쯤 우리는 모두 굶어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테크열전

더보기




더구루인사이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