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中 반도체 굴기 제동…기업 인수에 '거부권'

심천투자홀딩스 LPE 인수 거부
"군사 분야서 사용 가능성…EU 보안 약화시킬 것"

 

[더구루=정예린 기자] 이탈리아가 중국의 자국 반도체 기업 인수 시도를 저지했다. 국가 주요 자산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서다. 현 정부가 외국 기업의 인수에 반대의 뜻을 표명한 것은 처음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밀라노 소재 LPE가 중국 심천투자홀딩스에 매각되는 것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심천투자홀딩스는 지난해 12월 LPE의 지분 70%를 사들이고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드라기 총리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지난해부터 시작된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생산 속도를 늦추는 등 관련 분야는 전략 산업이 됐다"며 "중국 기업이 이탈리아 반도체 기업을 인수하려는 사례가 있어 조사했고 최종적으로 거부권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정부는 거부권을 행사한 배경에 대해 LPE의 기술이 "군사 분야에서 새로운 응용처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유럽연합(EU)의 주요국들을 언급하며 "(이번 인수는) 2개 이상 EU 회원국의 보안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LPE는 에피택셜(epitaxial) 리액터를 설계 및 제작하는 회사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1972년 설립된 이래 유럽과 아시아 전역에 네트워크를 구축했으며, 이탈리아 외에 중국 상하이에도 사무실을 두고 있다. 

 

이탈리아는 금융, 신용, 보험, 에너지, 운송, 건강, 식품 안전, 반도체 및 사이버 부문에서 주요 산업의 보호를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현재 거부권 행사 범위를 자동차 및 철강 부문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쟌칼로 조르제티 이탈리아 산업부 장관은 CHN 인더스트리얼이 상용차 브랜드 이베코를 중국 국영 자동차업체 FAW에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매각이 확정되면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탈리아 정부는 주세페 콘테 전 총리가 집권하던 지난해에도 현지 통신사 패트스웹(Fastweb)의 화웨이 간 5G 통신 장비 공급 계약 체결을 막은 바 있다.  










테크열전

더보기




더구루인사이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