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오소영 기자]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루시드 모터스가 전기차 폐배터리의 에너지저장장치(ESS) 재사용을 모색한다. 전기차 확산과 맞물려 폐배터리 시장이 팽창하며 재사용 사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루시드 모터스는 폐배터리를 상업·주거용 ESS로 재사용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비스센터에서 수명이 다한 배터리를 회수해 품질을 살피고 검사를 통과한 제품을 ESS에 탑재한다. 각 차량에 내장된 센서를 통해 배터리 상태를 쉽게 체크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루시드 모터스는 자체 연구소에 300kWh의 ESS 프로토타입을 설치했다. 전부 새 배터리가 탑재됐지만 시범 사업을 토대로 폐배터리를 장착한 ESS 출시가 멀지 않았다는 추측이 제기된다.
전기차 배터리는 약 10년을 주기로 교체된다. 충·방전을 거듭해 성능이 70~80% 수준으로 떨어지면 폐배터리로 분류된다. 전기차 판매량이 증가하며 폐배터리 시장도 커지고 있다. 배터리 업계는 글로벌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2019년 15억 달러(약 1조6800억원)에서 2030년 181억 달러(약 20조3300억원)로 10배 이상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이 급성장하며 완성차 업체들도 주목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독일 잘츠기터에 배터리 재활용 시범 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전기차 폐배터리를 파쇄한 뒤 니켈, 코발트, 리튬 등을 걸러내 신규 제품 생산에 투입한다. 현대자동차는 OCI와 손잡고 전기차 폐배터리를 태양광 발전에 활용하는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루시드 모터스도 폐배터리 재사용을 모색하며 완성차 업체의 행보에 동참한다. 폐배터리는 70% 안팎의 충전 능력을 보유해 ESS로 재사용이 가능하다. 재활용과 달리 모듈, 셀 단위로 해체할 필요가 없어 추가 비용이 적게 든다.
전기차 출시를 확대하며 배터리 사용량이 증가하는 점도 루시드 모터스가 폐배터리 사업을 검토하는 이유다. 루시드 모터스는 오는 하반기 고급 세단형 전기차 '루시드 에어'를 출시할 계획이다. 올해 7000대를 양산하고 연간 3만4000대 수준으로 생산량을 늘린다.
피터 롤릴슨 루시드 모터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2022년까지 7만 달러(약 7760만원) 이하 저렴한 버전의 세단을 생산하고 2023년까지 '프로젝트 그래비티(Project Gravity)'란 이름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만들겠다"라고 선언했었다. 루시드 에어 출시를 기점으로 모델을 다양화하며 폐배터리 배출량도 증가할 전망이다.
에릭 바흐 루시드 모터스 수석엔지니어는 미국 IT 매체 테크크런치에서 "아직 시장에 출시한 제품(ESS)은 없지만 우리의 여정은 시작 단계에 있다"며 "수년 내 자체적인 배터리 셀 제조뿐 아니라 ESS를 제조하는 데 필요한 밸류체인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