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오소영 기자] 영국 반도체 설계 업체 ARM이 엔비디아로 편입된 이후에도 고객사들의 기술 접근을 보장하고 중립 원칙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엔비디아의 '갑질 우려'를 덜고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겠다는 계획이다.
사이먼 세가스 ARM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에서 "고객사들과 장기 계약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 계약이 올바로 추진되길 원한다"며 "ARM은 특정 고객사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ARM 인수에 따른 우려를 해소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엔비디아가 작년 9월 인수 계획을 밝힌 후 퀄컴과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MS), 중국 화웨이 등이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이들은 엔비디아가 ARM 기술에 대한 경쟁사의 접근을 제한할 수 있다고 봤다. ARM 설계 관련 로열티를 인상하거나 특정 업체에 설계도를 제공하지 않고 엔비디아가 독점적 지위를 누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ARM은 삼성전자와 애플, 퀄컴, 화웨이 등 1000여 개사에 반도체 설계도를 팔고 있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중앙처리장치(CPU) 모두 ARM의 설계도를 활용해 생산된다. ARM에 대한 절대적인 의존도를 고려해 기존과 동일한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모든 고객이 ARM의 기술을 사용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세가스 CEO의 입장이다.
세가스 CEO가 개방성을 재차 강조하며 업계의 반대를 무마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화웨이를 비롯한 IT 업계가 규제 당국에 거래 반대를 목적으로 로비를 진행하며 엔비디아는 인수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영국 경쟁시장청(CMA)과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 등 규제 기관은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CMA는 조사에 착수했고 FTC는 2단계 조사를 진행 중이다. 업계는 최소 18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자리 문제로 영국에서 마찰을 빚었다. 엔비디아는 ARM 인수 후 직원 수를 2배 늘리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일각에서는 영국 정부가 일자리 창출 노력에 소홀했다는 이유로 엔비디아의 인수를 승인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본보 2021년 3월 2일 참고 이번엔 고용 문제…엔비디아, ARM 인수 파열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