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으로 비료값 벌써 ‘들썩들썩’ “봄 파종기에 큰 타격”

2026.03.26 09:55:39

농작물 필수 비료인 질소, 3분의 1이 호르무즈 해협 통과

 

[더구루=김수현 기자] 미국과 이란의 갈등으로 중동 상황이 악화되면서 기름값뿐만 아니라 식량 공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전세계 질소 비료 공급의 약 30%가 중동에서 오는데,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배들이 제때 움직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반구의 3~4월 봄철 파종기와 맞물린 비료 부족이 올해 농산물 수확량 감소 및 가격 폭등을 야기할 전망이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질소 비료 가격의 주요 지표인 이집트산 과립형 요소 FOB(본선인도조건) 가격이 톤당 400~490달러에서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이후 약 700달러까지 급등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비료 중 하나인 요소는 옥수수, 밀, 유채, 일부 과일과 채소 등 다양한 작물 재배에 사용된다.

 

영국의 싱크탱크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산하의 알파인 매크로는 지난 월요일 보고서에서 "요소와 암모니아 가격이 전쟁 발발 이후 각각 약 50%와 20% 급등했다"고 전했다. 칼륨과 유황 등 다른 비료 가격도 상승했다.

 

영국 원자재 분석기업 CRU의 시장 정보 및 가격 담당 부사장 크리스 로슨은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차단되면서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바레인, 이란 등 공급처의 약 30%가 시장에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로슨은 "비료는 공급망이 길기 때문에 농부들이 필요한 요소 비료를 제때 얻지 못하면 작물 수확량이 필연적으로 감소한다"며 "작물 생장에 필수적인 영양소인 질소 재고가 소진되면 연말 작물 수확량 감소나 생산량 감소가 눈에 띄게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산운용사 나인티원의 글로벌 천연자원 전략 포트폴리오 매니저 다비드 헤일은 "질소 공급 중단은 중동 위기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칼륨이나 인산염 같은 다른 비료는 한 시즌 건너뛸 수 있지만, 질소는 식물이 매년 공급받아야 하는 유일한 원소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질소 시비량(비료를 주는 양)과 농작물 수확량 사이에는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며 "4년 전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때보다 지금의 위기가 훨씬 더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당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도 주요 비료 수출국이었으며, 특히 러시아는 전세계 칼륨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 수출품에 대한 제재로 당시 공급 부족을 겪고 있던 비료 가격이 급등했다.

 

다비드 헤일은 "미국 역시 비료 가격 충격의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라며 "미국이 질소 비료를 상당량 자체 생산하고 있지만 자급자족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미국 비료협회에 따르면 미국에서 사용되는 질소, 인산, 칼륨 비료의 약 3분의 1이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다비드 헤일은 "비료 가격 상승이 미국 농가에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것"이라며 "일부 지역에서는 비료를 구하지 못하거나 배급제를 시행해야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미국의 농업 단체 54곳은 급등하는 연료와 비료 떄문에 '절실히 필요한 시장 지원'을 촉구하는 서한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내기도 했다.

 

이들 단체는 "미국에서 본격적인 파종기가 시작되면서 연료와 비료 가격이 폭등했다"며 "이란에서 지속되는 분쟁으로 인한 해상 화물 운송 차질은 국내외 식량 안보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로이터는 "주요 비료 수출국인 중국이 자국 시장의 공급 부족을 막기 위해 수출 제한 조치를 시행했다"고 보도했다.

김수현 기자 su26@thegur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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