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6] 정철동 LGD 사장 “예측 통하지 않아”… AX·기술로 극복

2026.01.12 10:00:33

턴어라운드 이후 과제는 기술·원가 동시 강화…"흑자는 출발선"
OLED·LCD 투트랙 유지…8.6세대 투자는 '아직'
일등 기술에 선택과 집중… 중국 추격 속 진입장벽 다시 쌓는다

[더구루 라스베이거스(미국)=정예린 기자]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이 연간 실적 턴어라운드 이후의 다음 과제로 'AX 기반 구조 혁신'과 '기술 초격차'를 제시했다. 단기 실적 회복에 머무르지 않고, 기술과 원가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려 시황에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정 사장은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6'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제는 예측이 통하지 않는 시대"라며 "중요한 것은 시황 전망이 아니라 어떤 외부 환경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경쟁력을 스스로 갖추는 것"이라고 밝혔다.

 

◇ '일등 기술'과 AX로 체질부터 바꾼다

 

정 사장이 강조한 핵심은 '일등 기술'이다. 그는 "단순한 흑자 전환이 아니라 고객이 LG디스플레이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며 "진입장벽을 확실히 구축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을 선점해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빨라지는 상황에서 기술 차별성이 희미해질 경우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AX(AI 전환)는 이같은 전략의 실행 축으로 제시됐다. VD(버추얼 디자인)와 결합해 연구개발(R&D)부터 생산, 원가 혁신 전반의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패널 개발 과정에서 다양한 조건을 모두 실물 테스트로 검증하는 대신 가상 환경에서 후보를 압축함으로써 개발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실제 LG디스플레이는 작년을 AX의 원년으로 선포한 이후 사업 전 영역에 자체 개발한 AI를 도입했다. 공정 난이도가 높은 올레드 분야에서 2000억원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두는 등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정 사장은 "올해는 생산과 품질을 비롯한 전 분야에서 AX 문화를 더욱 확산해 나갈 것"이라며 "예를 들어, 어떤 패널을 개발하기 위해 여러가지 다른 조건에서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해야 하는데 VD를 통해 10가지를 2~3가지로 줄여 실제로 만들어 보고 테스트할 수 있기 때문에 개발 비용이나 시간 세이브에 큰 도움이 된다"고 부연했다. 

 

원가 혁신에 대해서도 '기술을 통한 접근'을 분명히 했다. 그는 "단순히 더 싼 재료를 쓰는 방식이 아니라, 재료 변경이나 마스크 수 축소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올레드(OLED) 기술 개발을 통해 원가를 낮추는 것이 목표"라며 "수율은 이미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기술 혁신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TV 시장 전략과 관련해서는 OLED와 LCD를 동시에 가져가는 '투트랙 전략'을 유지하되 하이엔드 시장 수성을 최우선 목표로 내놨다. 중국 업체들의 가격 공세와 고객사의 비용 부담으로 예상보다 OLED 전환 속도가 더딘 만큼 고객 수요에 따라 선택지를 넓히는 전략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 중국 추격 속 OLED·LCD 전략과 새로운 기회

 

올해 CES에서 정 사장이 체감한 변화 중 하나는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존재감이었다. 정 사장은 “중국 기업들이 OLED를 따라잡기 위해 LCD가 화질과 원가 방면에서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며 "LG디스플레이가 글로벌 시장에서 지금같은 기술 리더십을 수성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OLED와 LCD 경쟁 구도에 대해서는 위기감과 자신감을 동시에 드러냈다.  OLED가 구축해둔 프리미엄 이미지를 앞세워 TV 시장 불황을 타개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최근 온라인으로 TV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고 가격 경쟁력도 구매 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 만큼 관련 문제에 대한 대비를 통해 제품 가치를 공고히 한다는 목표다. 실제 LG디스플레이가 CES 2026 기간 전시에서 공개한 SE 모델 역시 프리미엄 가치를 유지하면서 가격 부담을 낮추기 위한 기술의 결과물이다. 

 

투자 전략에 대해서는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다. 정 사장은 "재무 손익이 개선되면서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면서도 "8.6세대 투자는 고객과 제품 조합을 고려할 때 아직 수익성을 확신할 수 있는 타이밍이 아니며 현재는 6세대 라인으로 시장 수요를 커버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올해 CES에서 정 사장의 시선을 가장 오래 붙잡은 변화는 휴머노이드 로봇이었다. 피지컬 AI가 개념을 넘어 실제 구현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점이 현장에서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이 변화는 LG디스플레이에는 위기보다는 기회에 가깝다는 인식이다.

 

플라스틱 OLED, 곡면 구현, 높은 신뢰성 등 차량용 디스플레이에서 축적한 기술이 로봇 분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게 정 사장의 판단이다. 로보틱스 업체들이 아직 디스플레이 인터페이스를 확정하지 못한 단계라는 점도 향후 수요 대응 측면에서 기회로 봤다. LG디스플레이는 이번 CES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용 OLED를 처음 공개했다.

 

정 사장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요구하는 디스플레이 규격이 차량용 디스플레이와 상당히 유사하다"며 "차량용 시장에서 쌓아온 기술과 노하우로 로보틱스 분야의 수요에도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예린 기자 yljung@thegur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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