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홍성환 기자] 삼성E&A가 영국 에너지 플랜트 전문회사 페트로팩(Petrofac)의 재무 구조조정에 합의했다.
페트로팩은 11일(현지시간) "태국 타이오일 프로젝트 관련 청구권과 관련해 삼성E&A·사이펨과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페트로팩 측은 "이번 합의를 통해 회사 구조조정이 진행될 수 있다"며 "모든 필수 승인 및 조건을 충족하면 11월 말까지 구조조정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2018년 삼성E&A와 사이펨은 페트로팩과 함께 태국 최대 정유공장 프로젝트를 공동수주했다. . 총계약금은 4조5000억원으로, 이 중 삼성E&A의 몫은 약 1조200억원이었다.
이 과정에서 삼성E&A와 사이펨은 페트로팩의 채권 10억 달러, 약 1조4000억원도 인수했다.
그런데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 대유행 등이 겹치면서 발주처인 타이오일과 공사 지연 및 공사비 증액 등을 두고 갈등이 시작됐다. 작년 12월 공사비가 증액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올해 1월 발주처가 준공 지연 등을 이유로 본드콜(계약이행보증금 청구)을 행사하면서 갈등이 커졌다.
이 과정에서 패트로팩이 프로젝트 비용 미지급, 부채 상환 압박, 유동성 악화로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구조조정을 추진하게 됐다.
채권자인 삼성E&A·사이펨은 그동안 이 구조조정을 놓고 법적 분쟁을 벌여왔다. "신규 자금 투입자는 부당 이익을 얻는데 반해 기존 채권자는 권익을 뺏기게 된다"는 주장이었다.
법원도 이를 인정했다.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7월 "페트로팩의 구조조정 계획이 삼성E&A와 사이펨에 불공정하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계획안이 승인되면 3억5500만 달러(약 4900억원)의 신규 자금을 투입할 투자자에게 돌아갈 혜택과 비교해 삼성E&A와 사이펨의 권익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신규 투자자들이 구조조정 후 기업 가치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며 약 270%에 이르는 과도한 이익을 얻지만, 공동 사업 파트너인 삼성·사이펨 등은 채권액에 턱없이 못 미치는 돈만 돌려받는다"면서 '가치 배분의 심각한 불균형'을 판결의 핵심 이유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