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김예지 기자] LG전자가 중남미 최대 인프라 프로젝트인 페루 호르헤 차베스 신공항에 500대 이상의 첨단 공조시스템을 공급하며 글로벌 사우스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효율·고성능 제품군을 앞세운 이번 대규모 공급은 LG전자의 중남미 B2B 사업 확대 전략의 핵심으로, 병원·상업시설·산업단지 등 다양한 프로젝트 수주 확대에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4일 페루 경제 매체 비즈니스 엠프레사리알(Business Empresarial)에 따르면 LG전자 페루법인은 호르헤 차베스 신공항에 첨단 공조시스템을 대규모로 공급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탑승교 △램프 △사무실 △기술실 △승객 프로세싱 구역 등 공항 주요 시설 전반에 걸쳐 이뤄졌다.
우선 LG전자는 프리미엄 중앙공조 시스템을 공급했다. 공급 제품은△멀티 V5 △멀티 V S 벽걸이형 △멀티 V S 천장형 △4방향 카세트형 △패키지형 유닛 △팬코일 등으로 구성됐다. LG전자는 현지 공항의 운영 여건과 다양한 공간 구조를 고려해 직팽식(Direct Expansion)과 냉수식(Chilled Water) 시스템을 혼합 적용해 에너지 효율성과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했다. 특히 고사양 제품군에는 고효율 팬, 친환경 냉매, 사물인터넷(IoT) 기반 스마트 제어 시스템 등 첨단 기술이 적용돼 있다. 현지의 까다로운 기술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번 수주는 기후 변화에 따른 페루 내 냉방 수요 급증과도 맞물려 있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지난해 페루의 연평균 기온은 20.3도로, 전년 대비 1.18도 상승하며 60년 만에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40도를 초과하는 폭염이 지속되며 냉방기기 수요가 급증했다. 특히 △공항 △병원 △쇼핑몰 △식품·제약 산업 등에서 고효율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올해 페루 에어컨 시장 규모는 약 1억999만 달러(약 1531억원)로 전망된다. 오는 2030년까지 연평균 5.64%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냉방기기 사용 증가에 따라 유지·보수용 부품 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에너지 절감·친환경·IoT 기반 스마트 기술이 주요 선택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산 제품에 대한 현지 신뢰도 역시 높다. 지난해 페루 냉방기기 부품 수입 시장은 약 2800만 달러(약 390억원) 규모로, 전년 대비 18% 성장했다. 이 중 대한민국은 14.6%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수입국 2위에 올랐다.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제품은 제3국 생산기지를 거쳐 공급되는 경우가 많아, 통계 수치를 넘어선 실질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LG전자는 이번 수주를 계기로 페루를 비롯한 중남미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중남미와 동남아시아 등을 포괄하는 글로벌 사우스 시장은 최근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미국·유럽 등 선진국 대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