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진유진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애착을 갖고 들여온 미국 수제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가 국내 시장에서 사실상 철수 수순에 돌입한 가운데, 미국 현지에선 '가장 건강에 해로운 치즈버거'라는 불명예까지 떠안았다.
23일 미국 최대 인터넷 포털 '아메리카 온라인(AOL.com)'에 따르면 '미국에서 가장 건강에 해로운 패스트푸드 치즈버거 톱16'에서 파이브가이즈의 치즈버거가 1위에 선정됐다. 열량 980kcal, 지방 55g, 나트륨 1050mg으로 버거킹·맥도날드 등 글로벌 프랜차이즈 제품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미국 소비자 사이에선 "맛있지만 부담스럽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파이브가이즈는 김 부사장이 지난 2023년 브랜드 검토부터 계약, 론칭까지 전 과정을 주도한 대표작이었다. 이를 위해 한화갤러리아는 100% 자회사 '에프지코리아'를 설립했고, 에프지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465억원에 영업이익 34억원, 순이익 2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흑자 전환 달성의 기쁨도 잠시 최근 한화갤러리아는 에프지코리아 매각을 저울질 하고 있다.
삼일회계법인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일부 사모펀드(PEF)에 투자 안내서(티저레터)를 배포했다. 매각 대상과 가격은 미정이지만, 에프지코리아 지분 100% 매각 가능성이 유력하다.
한화갤러리아는 "브랜드 경쟁력 제고 방안을 논의 중이나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선 철수를 전제로 한 정리 작업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파이브가이즈 철수 배경에는 구조적 한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국내 소비자들이 고칼로리·고지방 메뉴에서 건강하고 가벼운 메뉴로 눈을 돌리는 가운데, 파이브가이즈는 미국식 정통 수제버거 콘셉트로 국내 트렌드와 괴리를 보였다. 여기에 높은 로열티와 마케팅 수수료, 물류비 부담 등으로 수익성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 2년간 파이브가이즈를 이끌어온 오민우 에프지코리아 대표의 사임은 이 같은 정리 수순의 연장선상으로 해석된다. 오 전 대표는 브랜드 유치 초기부터 핵심 역할을 맡은 인물이었다.
김 부사장에게는 연이은 F&B 실패가 리더십에 타격을 주고 있다. 파이브가이즈 외에도 로봇 우동 브랜드 '유동'과 로봇 파스타 전문점 '파스타X' 등에 투자했으나 모두 철수했다. 백화점 본업 역시 부진하다. 한화갤러리아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5.6% 급감했으며, 호텔앤드리조트 적자도 3배 이상 확대됐다.
김 부사장이 핵심 사업 집중과 실탄 확보를 위해 파이브가이즈 매각에 나섰다는 관측도 있다. 그는 지난 5월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슨'을 론칭했으며, 7개월간 협상 끝에 급식업체 '아워홈'을 8600억원에 인수하는 대형 인수합병(M&A)도 성사시켰다. 최근에는 2000억원 규모 프리미엄 리조트 인수를 검토 중이다.
한편 AOL이 발표한 '가장 건강에 해로운 패스트푸드 치즈버거' 순위에는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쉐이크쉑이 공동 7위, 맥도날드와 버거킹은 공동 14위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