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오소영 기자] 인도네시아 공군 조종사가 처음으로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 시제기를 직접 조종했다. 시범비행을 성공적으로 완료하며 양국 방산 협력의 새 '이정표'를 세웠다.
4일 인도네시아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경남 사천 소재 제3공군훈련비행단에서 KF-21 시제 4호기의 시범비행이 진행됐다. 조종석 전방에 인니 공군 페렐 리고날드(Ferrel Rigonald) 대령이, 후방석에 KAI 소속 고휘석 수석조종사가 탑승했다. 인니 조종사가 전방석에 앉아 시범비행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총 6대의 시제기는 복좌(2인승) 2기(4·6호기)와 단좌(1인승) 4기(1·2·3·5호기)로 구성된다. 인도네시아 공군 조종사는 지난 2023년 5월 4호기 시험비행에 처음 참여했으나 당시 후방석에 탑승했었다.
이날 KF-21 시제기는 오전 9시 45분께 이륙해 고도 약 2만 피트(약 6096m)까지 오르며 약 1시간 동안 비행했다. 인니 국방부 측은 "인니 공군이 시험 비행 단계에 참여하는 것은 기술 이전과 인적자원 역량 강화에 협력하겠다는 의미일 뿐만 아니라 양국 파트너십의 굳건한 의지를 상징한다"며 "미래 방위 플랫폼 개발에서 인도네시아가 핵심 파트너로서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분담금 합의 이후 시범비행까지 성공적으로 진행되며 양국 간 전투기 개발 협력이 한층 가속화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한국과 2016년부터 KF-21 개발 사업을 추진해왔다. 당초 총 체계개발비 8조1000억원 중 20%인 약 1조6000억원을 사업 종료 시점인 2026년 6월까지 부담하기기로 했으나 작년부터 재정 부족을 이유로 분담금 축소를 요구했다. 3분의 1 수준인 6000억원으로 줄이는 대신 기술 이전도 그만큼 덜 받겠다고 제안했다.
이 제안은 작년 8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승인됐으나 KAI에 파견된 인도네시아 기술진의 기술 유출 시도가 수사 당국에 적발되며 최종 협상이 지연됐다. 지난달 초 기술진 5명 전원이 무혐의 및 기소유예 처분을 받으면서 협상에 다시 동력을 얻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달 인도네시아 측과 공동개발 기본합의서 개정안에 서명했다. 납부 기한과 기술 이전 범위를 조율하고 있으며, KF-21을 기반으로 한 인도네시아형 전투기(IF-X) 양산에도 협력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