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오소영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영국에서 지상·방공·무인 무기체계 수출을 추진한다. K9 자주포 사업 수주 실패를 설욕하기 위해 유·무인 전력을 가리지 않고 사업 기회를 엿보고 있다. 신규 탄약 공장을 확보하려는 영국 정부의 계획에 맞춰 현지 투자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1일 영국 방산 전문지 캐리버 디펜스(Calibre Defence)에 따르면 사이먼 험프리(Simon Humphrey) 한화디펜스 영국사무소 담당 임원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영국 진출 계획은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이어 "초기 K9 자주포에 집중했으나 보병전투차(IFV) 레드백과 탄약, 무인지상차량(UGV)뿐만 아니라 방공 무기체계, 발사체로 (세일즈 품목을) 넓혔다"라며 "한화는 이 모든 분야에서 실적을 보유했다"고 덧붙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A2'를 통해 영국 'MFP(Mobile Fires Platform) 사업'에 도전했다. 지난 2023년 영국 사무소도를 열며 수주 의지를 피력했으나, 독일 KMW의 RCH 155에 밀렸다. 수주 실패를 맛본 후에도 한화의 영국 진출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자주포에 한정하지 않고 기동과 대공, 유무인복합 체계 등을 전방위적으로 알리며 사업 수주를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험프리 담당 임원은 주력 무기의 성능 개량을 통해 고객사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으로 천무의 경우 개발 이후 사거리를 늘리고 탑재 무기를 다변화했으며, K9A2는 자동포탑을 탑재해 완전 자동화된 플랫폼으로 진화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현지화도 한화의 경쟁력이다. 험프리 담당 임원은 호주를 사례로 들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020년 호주 정부와 AS-9 30문(K9의 호주 수출 모델), AS-10 탄약운반차(K10의 호주 수출 모델) 15문을 수출하는 1조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계기로 작년 하반기 빅토리아주 질롱시에 공장을 지어 생산에 본격 돌입했다. 호주 공장에서 AS-9 28문, AS-10 9대 등을 2027년까지 양산할 예정이다. 험프리 담당 임원은 "영국 MFP 사업에 참여하려 했을 때에도 유사한 제안을 내놓았었다"고 덧붙였다.
기술력과 현지화의 강점을 바탕으로 한화는 영국 시장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 험프리 담당 임원은 "현지 정부는 신규 탄약 공장을 6개 설립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며 "한화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영국 내 탄약 생산은 현지 방산기업인 BAE시스템즈에서 사실상 독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탄약 수요가 늘면서 생산역량을 확충할 필요성이 커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 WB그룹과 협력해 현지에 천무 유도탄 합작공장도 추진하고 있다. 80㎞급 천무 유도탄(CGR-080)을 생산해 유럽에 수출하겠다는 전략이다. '바이 유러피안(Buy European)' 전략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영국과도 협력 가능성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