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 시장 재개 주목…韓 기업 탐색전부터 본격화

2025.04.19 07:30:07

삼성·LG·현대차 등 러시아 공장 재가동 및 현지 복귀 검토
트럼프 재임 속 미·러 관계 해빙 가능성…러-우 휴전 기대감↑
우크라 재건사업, 韓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HD현대 등

[더구루=정예린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발길을 끊었던 국내 기업들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 중단됐던 생산을 재개하거나 현지 복귀를 검토하는 등 ‘포스트 전쟁’ 시대를 겨냥한 조심스러운 탐색전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HD현대 등 주요 기업들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내 생산시설 복구 및 인프라 협력 확대를 검토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임으로 미·러 관계 해빙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에 대한 기대가 기업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사례는 LG전자다. LG전자는 최근 러시아 루자 공장에서 일부 생산을 재개했다. 공식적으로는 "설비 노후화를 방지하기 위한 유지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향후 사업 정상화를 위한 '테스트 시동'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도 러시아 내 공장 재가동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삼성전자는 전쟁 전까지 러시아 TV 시장에서 1위를 기록하며 확고한 입지를 구축했던 만큼, 철수 이후에도 재진입 가능성을 꾸준히 탐색해왔다. 

 

현대차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발 빠르게 러시아 재진입을 준비 중이다. 지난 2023년 말 현대차그룹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공장을 1만 루블(약 17만원)에 매각하면서 향후 2년 내 공장을 되살릴 수 있는 '바이백(buy-back)' 조건을 계약에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올해 12월까지 재진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업계는 현대차가 현지 시장 회복 가능성과 정치·외교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기아도 러시아 시장을 글로벌 전략에 다시 포함시켰다. 최근 '2025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발표된 중장기 글로벌 판매 계획에는 러시아 판매 목표 5만 대가 포함됐다. 이는 전년 목표에서는 제외됐던 수치로, 기아의 전략 변화가 읽히는 대목이다. 기아는 모스크바 외곽에 생산설비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쟁 전까지 러시아 승용차 시장에서 점유율 2위를 기록할 만큼 탄탄한 입지를 확보했었다.

 

자동차·가전 외 건설기계, 건설 업계 등도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시장 복귀를 모색 중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이 국내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로 떠오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올해 약 183억 달러 규모의 재건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으며, 이 중 70억 달러 이상이 이미 확보된 상태다. 

 

삼성물산은 리비우 시와 스마트시티 사업 협력을 추진 중이며, 현대건설은 공항 확장과 송전망 보수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대우건설도 폴란드 기업과 손잡고 우크라이나 인프라 복구사업 공동 수주를 준비 중이다.

 

HD현대는 2004년 우크라이나 시장에 진출해 건설장비 점유율 30%대를 기록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재건 시장 참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건설기계 부문 계열사인 HD현대사이트솔루션이 수도 키이우에 지사를 신설하고, 현지 국영은행 오샤드뱅크, 에너지기업 나프토가즈와 재건사업 협력 MOU를 체결했다.

 

LS엠트론도 우크라이나 농업 기계 시장을 겨냥해 재진입을 추진 중이다. 과거 우크라이나에서 활발히 사업을 전개했던 LS엠트론은 현재 트랙터 공장 설립을 위한 합작 파트너를 물색하고 있으며, 농기계용 엔진 생산설비 구축과 바이오 에탄올 연계 사업도 검토하고 있다. 현지 기업과의 합작법인 형태로 진출해 농업 인프라 복구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차원의 협력도 강화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과 우크라이나 정부는 재건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며, 코트라(KOTRA)는 전담 지원반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우크라이나 상공회의소 대표단이 방한해 한국 기업들과 재건사업 관련 협력 MOU를 체결하며 실질적 협력 채널을 확대했다.

정예린 기자 yljung@thegur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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