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한항공 '불법 싸움닭 의심' 화물 운송 거절…'동물 밀수 파이프라인' 봉쇄

2026.04.28 08:10:05

글로벌 동물 단체 조사와 美 하원 입법 압박에 전격 결정
연간 1470억 규모 '투계 파이프라인' 차단

 

[더구루=김예지 기자] 대한항공이 미국 내 범죄 조직과 연계된 필리핀행 싸움닭 운송을 전면 중단한다. 이번 결정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불법 투계 유통망' 핵심 경로가 차단되면서 국제적인 동물 밀수 및 불법 도박 네트워크가 상당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그동안 '단순 가금류'로 위장해 대한항공 화물 노선을 이용해 온 수만 마리의 싸움닭 유입도 원천 봉쇄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미국 동물 보호·동물권 관련 비영리 단체(NGO) 애니멀 웰니스 액션(Animal Wellness Action, AWA)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최근 미국 내 수탉의 필리핀행 운송을 전면 중단하라는 단체 측의 요구를 수용하고 관련 정책을 변경했다. 대한항공 측 변호인은 이번 정책 변경 사실을 AWA에 공식적으로 전달했다. 이에 따라 미국 남서부 및 남동부 농장에서 인천공항을 거쳐 마닐라로 향하던 연간 4만~5만 마리 규모의 싸움닭 운송 경로는 사실상 차단됐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미국에서 필리핀으로 향하는 모든 연령대의 수탉 운송을 중단했다"며 "관련 법규에 따라 살아있는 동물의 합법적이고 안전한 운송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지난 2월 미 의회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되고 대한항공의 방조 의혹이 제기된 지 약 두 달 만에 나온 전격적인 조치다. 당시 대한항공측은 "번식용이라는 공식 서류가 있어 합법적 운송이었고, 항공사가 사용 목적까지 감시할 권한은 없다"며 다소 방어적인 태도를 보인 바 있다.

 

하지만 AWA와 '인도적 경제 센터(Center for a Humane Economy)'의 정밀 조사 결과, 투계 업자들이 '일반 종계'로 위장해 연간 1억 달러(약 1470억원)에 달하는 불법 이득을 취하고 있음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필리핀 내 온라인 투계(e-sabong) 판돈은 연간 130억 달러에 육박하며, 이 과정에서 도박 채무와 관련된 강력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어 왔다.

 

미국 정치권의 강력한 입법 압박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미 하원 항공소위원회 위원장인 트로이 넬스(Troy Nehls) 의원은 지난 2월 상업용 항공기의 싸움닭 운송을 금지하는 '비행 금지, 투계 금지법(No Flight, No Fight Act)'을 발의하며 대한항공을 포함한 국제 항공사들을 전방위로 압박해 왔다. 넬스 의원은 "항공사가 범죄 조직의 카고(Cargo)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며 이번 대한항공의 결정을 반겼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는 대한항공에 있어 국제적 평판 리스크를 해소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본의 아니게 운송 수단으로 이용된 측면이 크지만, 선제적인 정책 변경을 통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결단을 내렸다는 평가다. 한편, AWA 등 동물 단체들은 대한항공의 결단을 환영하며, 필리핀항공과 캐세이퍼시픽 등 유사한 노선을 운영하는 여타 항공사들에 대해서도 같은 수준의 조치를 촉구할 계획이다.

김예지 기자 yeletzi_0418@thegur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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