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변수지 기자] 미국이 말레이시아에서 중희토류 공급망을 확보하며 탈중국에 나섰다. 중국 수출 통제 이후 미국이 정제 역량을 키우며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가 공급망 확보에 나선 가운데, 말레이시아 콴탄에서 호주 희토류 기업 라이너스가 중희토류(重) 생산을 시작했다. 이 회사 아만다 라카즈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밖에서 중희토류를 분리·정제해 생산한 사례는 지난 20년간 없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변화는 중국의 공급 통제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중희토류 수출 중단으로 미국·유럽 자동차 공장이 멈추자 서방은 공급망 재편에 나섰고, 라이너스가 그 선두에 섰다.
라이너스의 콴탄 공장은 공급망 전환의 핵심 거점이다. 경희토류만 생산하고 중희토류는 중국에 맡기던 구조에서 벗어나, 지난해 정제 설비를 구축해 자체 생산에 나섰다.
미국은 공급망 확보를 위해 이례적으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3월 라이너스와 약 9600만 달러(약 1400억 원) 규모의 희토류 구매 계약을 추진하며 직접 수요자로 나섰다. 미국 희토류 기업 MP 머티리얼즈는 정부의 대규모 지원을 바탕으로 연내 중희토류 정제 공장 가동을 준비 중이다.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는 브라질 세라베르데 광산에 5억6500만 달러(약 8300억 원) 대출을 제공했으며, 미국 희토류 기업 USA 레어어스는 약 28억 달러(약 4조1000억 원) 규모로 해당 광산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안정적 중희토류 확보를 위한 움직임이다.
다만 공급망 재편은 순탄치 않다. 라이너스는 미국 내 텍사스 정제 공장 추진에 대해 “사업 추진의 불확실성이 크다”고 밝혔으며, 폐수 처리 문제로 비용이 급증해 계획이 지연되고 있다.
수요 기반은 여전히 취약하다. 군수 수요만으로는 시장을 지탱하기 어려워 자동차·전자업체 등 민간 기업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라카즈 CEO는 “세제 혜택 등을 통해 비중국산 희토류 사용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진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실제 생산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수 년이 걸린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