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예지 기자] 현대자동차가 러시아 현지에서 친환경 기술 브랜드인 '블루드라이브(BlueDrive)' 상표권 등록을 마쳤다. 지난달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의 바이백(재매수) 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며 물리적 철수 절차를 밟은 것과 대조적으로, 브랜드 지식재산권(IP)은 최장 오는 2034년까지 확보하며 권리 유지에 나선 모습이다.
23일 러시아 연방 지적재산권청(Rospatent)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16일 '현대 블루드라이브(Hyundai BlueDrive)' 상표에 대한 등록 결정을 승인받았다. 해당 상표권의 유효기간은 오는 2034년 7월까지다. 국제 상품 분류(NICE) 제12류에 해당하는 승용차, 트럭, 버스 등 완성차와 엔진, 변속기 등 핵심 부품이 포함됐다. 이번 등록은 지난 2024년 7월 신청서를 제출한 지 약 1년 7개월 만에 최종 확정됐다.
블루드라이브는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수소차 등 현대차의 전동화 기술력과 친환경 철학을 집약한 통합 기술 브랜드다. 현대차가 생산 시설을 매각한 상태임에도 신규 상표권을 등록한 것은 현지에서의 브랜드 무단 사용을 방지하고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 2023년 12월 현대차로부터 공장을 인수한 러시아 업체 아트파이낸스의 자회사 AGR은 기존 모델명인 '솔라리스'를 그대로 사용하며 차량을 생산 중이다. 이에 현대차는 차세대 친환경 브랜드에 대한 법적 권리를 미리 확보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브랜드 침해 논란을 차단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현대차는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가 동시다발적으로 분출하며 사업 전략에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 지난 1월 러시아 공장 재매입 옵션 기한이 만료되며 물리적 자산에 대한 권리가 소멸된 데 이어, 이달 초 발생한 이란 전쟁 여파로 중동 시장 공략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시장조사기관 베른스타인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이번 전쟁으로 중동 점유율 10%를 차지하는 현대차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분석했다. 유가 상승과 물류 차질은 내연기관차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완성차 업체에 큰 타격이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 인도법인(HMIL)은 중동행 수출 차량 선적을 무기한 연기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 합작공장(HMMME) 프로젝트 또한 가동 시점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다. 결국 '포스트 러-우 전쟁'의 대안으로 꼽히던 중동 신시장마저 안갯속 국면에 접어들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기존 주력 시장이었던 러시아의 브랜드 가치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는 공장 매각 이후에도 러시아 현지 고객을 위한 AS 및 보증 서비스를 지속하며 시장과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다른 대기업들 역시 러시아 내 상표권을 꾸준히 갱신하며 시장 복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현지 지식재산권 보호는 공장 매각 등 물리적 철수와 별개로, 향후 정세 변화에 따른 시장 재진입 시 대응력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절차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