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예지 기자]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허허벌판에 첫발을 내디디며 시작한 현지 반도체 생산의 역사가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비포장도로 위에서 타코로 끼니를 때우며 라인을 세웠던 초기 멤버들의 헌신은 오스틴을 글로벌 '실리콘 힐스(Silicon Hills)'의 중심으로 탈바꿈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지난 30년의 성공 DNA를 바탕으로 이제 최첨단 공정을 앞세운 '테일러 시대'를 열며 북미 파운드리 시장 제패에 나선다.
13일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생산법인(SAS)에 따르면, 지난 3일(현지시간) 오스틴 법인에서 설립 3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커크 왓슨 오스틴 시장과 아드리아나 크루즈 텍사스 경제개발국장 등이 참석해 삼성이 지난 30년간 지역 경제에 기여한 공로를 기리는 선언문을 전달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996년 오스틴을 첫 해외 반도체 생산기지로 낙점하며 K-반도체의 역사적 전환점을 마련했다. 당시 14억 달러의 투자는 텍사스 역사상 최대 규모의 외국인 직접 투자였다. 지난 1997년 입사한 존 테일러 부사장은 "당시 공장 앞은 흙먼지 날리는 비포장도로였고, 매일 근처 '켄스 타코'에서 점심을 해결하며 밤낮없이 일했다"고 회상했다.
지난 1998년 64Kb D램 생산으로 문을 연 오스틴 공장은 이후 지난 2007년 12인치 웨이퍼 라인 준공, 지난 2017년 파운드리 전용 기지 전환을 거치며 진화했다.
삼십 년을 맞은 삼성 오스틴 법인은 올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 이번달부터 애플 아이폰에 탑재될 차세대 CMOS 이미지센서(CIS) 생산에 본격 돌입할 예정이다. 이는 대형 고객사 확보를 통한 파운드리 사업부 실적 개선의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또한 삼성전자는 약 19억 달러(약 2조원)를 투자해 오스틴 공장의 노후 시설을 현대화하고 첨단 장비를 도입 중이다. 폭발적인 AI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고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다. 임팩트 데이터소스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기준 삼성 오스틴 공장이 지역사회에 창출한 경제 효과는 약 198억 달러(약 29조원)에 달한다.
삼성의 '아메리카 드림'은 이제 테일러 신공장으로 확장된다. 오스틴 공장이 성숙 공정의 안정적 생산을 담당한다면, 테일러 공장은 최첨단 2나노 공정을 앞세워 TSMC와 진검승부를 펼치게 된다.
최근 테일러 공장 입구에는 '삼성의 자존심(Pride in Samsung)' 조형물과 함께 태극기와 성조기가 게양되며 가동 임박을 알렸다.
구본영 삼성전자 글로벌인프라총괄 파운드리제조기술센터장 겸 SAS 법인장(부사장)은 "현상 유지에 안주하지 않는 임직원들의 노력이 오늘의 성과를 만들었다"며 "지난 30년의 신뢰를 바탕으로 향후 30년의 혁신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