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예지 기자] LG전자가 인도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외국인 근로자 퇴직연금(EPF) 강제 가입' 위헌 소송이 현지 최고 법정인 대법원의 심판대에 올랐다. 델리 고등법원 패소 이후 공동 소송을 벌이던 현지 항공사가 상고를 포기했음에도 LG전자는 '나홀로 상고'를 강행, 대법원으로부터 행정 집행 정지 명령을 이끌어내며 '반전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10년 넘게 이어진 이번 분쟁은 인도 내 글로벌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 및 인력 운용 전략과 직결된 사안으로, 대법원의 최종 판단에 따라 산업계에 미칠 파급력이 상당할 전망이다.
13일 인도 대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재판부(파미디간탐 스리 나라심하·알록 아라데 판사)는 LG전자 인도 법인이 외국인 파견 근로자의 EPF 가입 의무화 규정인 시행령 제83항의 유효성에 이의를 제기하며 제출한 특별허가청원(SLP, 사건번호 9651/2026)을 접수하고 첫 심리를 전날 진행했다.
이날 재판부는 LG전자의 주장을 받아들여 인도 연방 정부와 퇴직연금기구(EPFO)에 공식 통지를 발송했다. 특히 대법원은 사건이 계류되는 동안 LG전자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EPF 미납금 산정 및 징수 관련 최종 행정 명령(Section 7A)의 집행을 중단하고 현상 유지를 명령했다. 이는 확정판결 전까지 LG전자의 추가적인 재무적 부담을 동결시킨 보호 조치로, 법적 다툼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분쟁은 인도 정부가 지난 2008년과 지난 2010년 고시를 통해 '국제 노동자(International Workers)' 범주를 신설하면서 시작됐다. 현행법상 인도 현지 근로자와 달리 외국인 근로자는 사회보장협정(SSA)에 따른 제외 대상이 아닌 한 급여 전액에 대해 의무적으로 기여금을 납부해야 한다.
LG전자는 인도 최대 로펌인 '시릴 아마르샹 망갈다스(Cyril Amarchand Mangaldas)'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LG전자 측은 이러한 차별적 적용이 인도 헌법상 평등권에 위배되며, 단기 파견직이 은퇴 시점인 58세까지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막는 규정은 기업 운영에 과도한 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델리 고등법원은 "외국인 근로자는 보통 단기 체류를 하므로 급여 전액에 연금을 부과해도 경제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논리로 LG전자와 인도 항공사 스파이스제트(SpiceJet)의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당시 고등법원은 해당 규정이 국제 조약 이행을 위한 주권적 조치라고 판시했다.
하지만 고등법원 판결 이후 공동 소송을 진행했던 스파이스제트가 상고를 포기하며 발을 뺀 것과 달리, LG전자는 단독으로 인도 최고법원인 대법원에 상고하며 끝까지 법리 다툼을 이어가는 '정면 돌파'를 택했다.
대법원은 델리 고등법원이 내린 '합리적 차별' 논리가 헌법적으로 타당한지와 지역별 고등법원마다 엇갈리는 판결로 인한 법적 불확실성을 어떻게 해소할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반면 EPFO 측 변호인 시다르트(Siddharth)는 이번 규정이 국가 간 사회보장협정 이행을 위한 필수 장치임을 강조하며, 조항 무효화 시 비엔나 조약법 협약에 따른 국제적 신뢰 위반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대법원은 오는 20일(현지시간) 후속 심리를 이어갈 예정이며, EPFO에 관련 국제 조약 및 협정 자료를 제출받아 제83항의 위헌 여부를 최종 판단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