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등용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해운사 바흐리(Bahri)가 유조선 싹쓸이에 나섰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사우디 서쪽 홍해를 이용한 유조선을 예약하기 위해 웃돈까지 주고 있다. 용선료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3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바흐리는 호르무즈 해협 통행 중단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홍해를 이용한 유조선을 고가에 예약하고 있다. 최근 며칠간 서부 메디나주에 있는 얀부(Yanbu) 항에서 원유를 운송하기 위해 최소 6척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을 임차했다.
예약 건 다수는 유조선 운임 지표인 ‘월드스케일’ 기준, 450포인트에서 이뤄졌다. 이는 하루 용선료가 45만 달러(약 7억원) 이상인 것을 의미한다. 미국·이란 전쟁 이전 업계 최고치였던 30만 달러(약 4억원)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바흐리는 “지역적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 하면서 안전 프로토콜에 따라 운영을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선박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바흐리 외에도 원유 200만 배럴 이상 선적할 수 있는 대형 유조선 약 30척이 홍해 얀부 항을 향하고 있다. 이 곳으로 유조선을 보낸 선사에는 △그리스 억만장자 요르고스 프로코피우의 디나콤탱커스 △안드레아스 마르티노스의 미네르바 마린 △노르웨이 출신 욘 프레드릭센의 프론트라인 △중국 국영 중국원양해운(COSCO·코스코)이 포함돼 있다.
사우디는 중동 전쟁으로 인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수출이 사실상 중단되자, 사우디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송유관을 통해 홍해로 원유 공급 경로를 변경하고 있다. 이 송유관은 약 1200km의 길이로 하루 최대 700만 배럴의 원유를 운송할 수 있다.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아민 나세르 CEO(최고경영자)는 “송유관이 며칠 내로 풀가동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홍해로의 경로 변경은 사우디 평소 수출량의 상당 부분을 처리할 수 있지만, 전량을 대체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