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삼성전자 자회사 하만 인터내셔널이 독일 ZF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사업부를 인수하며 글로벌 자동차 부품 산업의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기술 고도화로 투자 부담이 커지자 유럽 티어1 업체들이 플랫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략적 결합에 나서는 모습이다. 통합 플랫폼 중심의 경쟁 구도가 강화되면서 한국 부품사에도 기회와 리스크가 동시에 제기된다.
2일 코트라 뮌헨무역관에 따르면 하만은 지난해 12월 23일 독일 ZF 프리드리히스하펜 AG의 ADAS 사업부를 약 15억 유로(약 2조57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인수 대상에는 차량용 연산 솔루션과 스마트 카메라, 레이더, ADAS 소프트웨어 기능 등이 포함되며, 약 3750명 규모의 인력 이전이 예상된다. 올해 하반기 거래가 완료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를 유럽 티어1 부품사들이 직면한 구조적 부담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ADAS는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처리, 기능 안전,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등으로 기술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이로 인해 투자 부담이 커지면서 단일 기업은 규모와 플랫폼 통합 역량을 갖춘 글로벌 기업과의 결합을 대안으로 고려하고 있다.
하만은 이번 인수를 통해 기존 강점인 디지털 콕핏과 인포테인먼트, 차량 내 통신·연결 영역에 ADAS 자산을 더하게 됐다. 이를 통해 차량의 여러 기능을 하나의 중앙 컴퓨터에서 통합 처리하는 구조를 OEM에 제안할 기반을 확보했다.
OEM의 발주 방식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개별 기능 단위가 아닌 통합 플랫폼 전체를 하나의 계약으로 발주하는 방식이 확산될 수 있다. 통합 플랫폼을 도입하면 기능 간 연동 검증이 용이해지고 개발 일정을 단축하는 등 개발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하지만 특정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리스크도 존재한다. 특정 공급업체 기준으로 기술 구조와 인증 체계가 설계되면 다른 업체로 전환하기 쉽지 않다.
OEM의 통합 플랫폼 발주는 부품 업체에도 영향을 준다. 플랫폼에 채택될 경우 안정적인 물량 확보가 가능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글로벌 OEM 사업 접근성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플랫폼 중심 구조가 강화될수록 비용 경쟁 압력이 커지고 단품 공급사의 가격 협상력은 약화될 수 있다.
한국 기업에도 기회와 리스크가 공존한다. 통합 플랫폼에 편입되는 부품과 소프트웨어 수요가 증가하는 점은 기회 요인이다. 연산·메모리 반도체, 카메라 모듈 및 관련 부품, 레이더 구성 부품, 검증·테스트 소프트웨어, 사이버 보안 솔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진입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
다만 통합 플랫폼 구조가 강화될수록 단품 중심 경쟁력만으로는 장기적인 공급망 편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 플랫폼 보유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 기술 구조와 계약 관계가 고착화되면서 단품 공급사의 가격 협상력이 더욱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