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김예지 기자] 대한항공이 당초 2026년으로 예고했던 '하늘 위 호텔' 에어버스 A380-800의 퇴역 로드맵을 사실상 재조정했다. 차세대 항공기 도입 지연과 폭발적인 미주 노선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초대형 기재를 다시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이다. 특히 지난해 대규모 중정비를 통해 기체 수명을 연장한 만큼, A380 운용 기조는 신규 기재 공급이 정상화될 때까지 상당 기간 유지될 전망이다.
2일 캐나다 항공 스케줄 전문 매체 에어로루트(AeroRoutes)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2026년 북반구 하계 시즌 스케줄을 확정하고 미주 주요 노선에 대한 A380 운항 계획을 업데이트했다. 해당 계획에 따르면 인천~뉴욕(JFK) 노선은 오는 3월 29일부터 하루 2회 운항(2 Daily) 스케줄 중 한 편(KE081/082)에 보잉 777-300ER 대신 A380을 매일 투입한다. 인천~로스앤젤레스(LAX) 노선(KE011/012)은 오는 3월 30일부터 수·금·일요일을 제외한 주 4회(월·화·목·토) 스케줄에 A380이 배치되어 미주 노선 공급석 확대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이번 결정은 지난해부터 감지된 A380 현장 복귀 흐름이 본격적인 정례 운용 단계로 접어든 결과로 풀이된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5월 장기 보관 중이던 A380 기체(HL7619)를 필리핀 마닐라 루프트한자 테크닉(LTP) 정비소에 입고해 항공기 정비 중 최고 단계로 꼽히는 D-체크를 완료했다. D-체크는 기체를 사실상 완전 분해해 전면 점검·개보수하는 작업으로, 수십억 원의 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오는 2030년 이후까지의 운용을 염두에 둔 사전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 바 있다.
대한항공이 이처럼 A380 은퇴 시점을 늦춘 배경에는 보잉의 차세대 기종인 777-9(777X) 도입 지연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미 연방항공청(FAA)의 인증 절차 강화와 개발 일정 지연으로 신규 기재 인도가 2026년 이후로 밀리면서, 뉴욕과 LA 등 핵심 장거리 노선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공급 공백을 메우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수송력이 검증된 A380을 다시 선택한 것이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A380의 존재감은 재부각되고 있다. 최근 미주 노선의 평균 탑승률이 90%를 웃도는 데다 프리미엄 좌석 수요까지 빠르게 늘면서, 단일 기재로 407석을 공급할 수 있는 A380의 경제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는 기존 주력기인 보잉 777-300ER(277~291석) 대비 약 100석 이상의 좌석을 추가로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한때 띄울수록 손해라는 평가를 받았던 A380이, 현재로서는 고수요 노선의 좌석난을 해소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으로 재평가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을 앞둔 시점에서 양사의 초대형 기재 운용 경험이 결합될 경우, 통합 항공사의 미주 노선 경쟁력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대규모 중정비를 마친 기체들이 순차적으로 운항에 복귀함에 따라 대한항공의 A380 퇴역 일정은 당초 계획보다 유연하게 조정될 것으로 보이며, 신규 기재 공급이 정상화되기 전까지 미주 핵심 노선의 전략 기재로 적극 활용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