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롯데칠성, 러시아 소주 열풍에 오히려 울상…'짝퉁 소주' 탓

2025.12.03 15:13:35

현지 생산 폭증에 한국산 소주 판매↓
현지 주류 기업 K-브랜딩 모방 확산

 

[더구루=진유진 기자] 한국 소주가 러시아에서 K-주류 열풍의 중심에 섰지만, 정작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 등 국내 주류업계는 웃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 기업들이 한국식 소주를 대량으로 자체 생산하면서 K-브랜드 마케팅을 그대로 모방한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정품 한국 소주는 매출 하락이라는 역설을 맞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러시아에서는 지난 2023년 이후 소주 현지 생산이 급증하면서 사실상 한국 스타일 소주 시장이 형성됐다. 올해 1~9월 러시아 소주 판매량은 전년 대비 105.6% 증가한 716만 리터에 달했다.

 

외형적으로 우상향을 그리는 모양새지만 국내 소주 대표기업인 하이트진로 러시아 법인의 매출은 지난 9월 기준 무려 22% 줄어드는 등 국내 기업 실적은 되레 쪼그라들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현지 대형 주류 기업들의 공격적 진입도 시장 판도를 흔드는 핵심 변수다. 러시아 강력주 제조사 타트스피트프롬은 올해 브랜드명 '쿠미호(KUMIHO)'로 소주 사업을 시작했다. 도수·용기·맛까지 한국 제품을 연상시키는 형태로, 올해만 60만 리터 생산을 계획 중이다. 이미 칼루가 주류공장(KLVZ) 크리스탈의 '스턴(Stun)', 알코올 시베리안 그룹(ASG)의 '십사(Sibsa)' 등 유사 콘셉트의 브랜드들이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이들 제품은 한국 신화 캐릭터, K-팝 감성, 한국식 맛 콘셉트 등 K-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우며 K-소주에 열풍에 무임승차했다. 실제 롯데칠성 '새로'의 구미호 마케팅을 연상시키는 제품까지 등장한 만큼 모방 수준이 점점 노골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지 기업들의 확장세는 가격 경쟁력에 기반한다. 러시아산 소주는 병당 270루블 수준으로, 700루블대인 수입 한국 소주의 1/3 수준이다. 여기에 ASG는 과일 맛 소주만 20종을 개발 생산하며 현지 여성 소비층을 중심으로 K-소주 대표주자로 빠르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문제는 러시아 소주 시장 성장이 국내 기업에 수혜로 돌아오지 않는 점이다. 한국 브랜드 인지도는 높지만, 가격·유통·마케팅 측면에서 현지 기업을 따라잡기 어려운 구조다. 현재 러시아 소주 시장을 키우는 건 한국 소주가 아닌 현지에서 만든 한국식 소주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은 오래전부터 러시아 시장을 공을 들이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1995년 진출해 빈랩 등 대형 유통망을 확보했고, 2017~2020년 연평균 76%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롯데칠성도 지난해 현지 법인을 설립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다만 양사 모두 올해 기준 매출 상승세가 멈추고 뒷걸음질 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현지 생산 경쟁이 본격화한 만큼, 국내 기업의 제품·유통·현지화 전략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진유진 기자 newjins@thegur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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