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진유진 기자] 삼양식품이 중국 최대 무역박람회 '중국국제수입박람회(CIIE)'를 발판 삼아 '불닭볶음면'의 글로벌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020년 첫 참가 이후 6년 연속 참여하며, 중국 시장을 수출 전진기지로 키우는 전략이 가속화되고 있다. 삼양식품이 K-스파이시 열풍을 주도하며 글로벌 식품기업으로의 도약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12일 CIIE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올해 행사에서 바이어 100여 곳과 상담을 진행했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협력 의사를 밝히며 중국 내 유통망 확충과 현지 생산 강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람회 기간 삼양식품 부스에는 불닭볶음면을 비롯한 다양한 제품을 체험하려는 현지 관람객과 바이어의 발길이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삼양식품은 이번 전시에서 '음식으로 세상을 바꾸다, 미래를 만들다(Changing the World and Creating the Future with Food)'를 주제로 참가해 브랜드 정체성과 혁신 방향을 동시에 제시했다. 특히 빠르게 성장하는 '신흥 잠재력(Emerging Potential)' 분야에서 해외 전용 건면 브랜드 '탱글(Tangle)' 파스타 2.0과 '맵(MEP, 국내 제품명 맵탱)' 라면을 선보이며, 현지 소비자의 새로운 입맛을 겨냥한 차세대 전략 제품을 내세웠다.
앞서 삼양식품은 CIIE 첫 참가 이듬해인 지난 2021년 상하이 홍차오 국제중앙업무지구(CBD)에 현지 판매 법인 '삼양식품상해유한공사'를 설립했다. 불닭볶음면 인기로 수출이 급증하자, 중국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였다. 현재 중국 저장성 자싱시에 첫 해외 생산기지를 건설 중이며, 가동이 시작되면 연간 최대 8억개의 불닭볶음면을 현지에서 직접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양식품 중국법인은 "중국 시장은 여전히 성장 잠재력이 크다"며 "상하이의 물류 효율성과 도시 경쟁력을 바탕으로 주변 지역으로 생산과 유통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생산라인이 본격 가동되면 공급 안정성과 물류 경쟁력이 동시에 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양식품의 지난해 중국 내 매출은 26억 위안(약 5336억원)으로, 전체 수출의 30%를 차지했다. 중국이 미국과 동남아를 제치고 삼양식품의 최대 단일 해외시장으로 부상했음을 의미한다. 불닭볶음면을 중심으로 한 K-스파이시 트렌드가 중국 MZ세대 소비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삼양식품의 현지 성장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특히 삼양식품은 단순 수출을 넘어 현지 생산과 유통 거점을 강화하며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 핵심으로 삼고 있다. 브랜드 프리미엄과 제품 현지화 전략이 맞물릴 경우, 불닭 시리즈의 글로벌 점유율이 한층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양식품은 오는 2030년까지 중국 매출 100억 위안(약 1조6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프리미엄 제품 라인 확대와 현지 맞춤형 마케팅 강화 등 중장기 성장 전략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한편 CIIE는 중국 상무부와 상하이시가 공동 주관하는 수입박람회로, 미·중 무역갈등이 본격화한 지난 2018년 중국이 자국 구매력을 앞세워 국제사회 영향력 확대를 꾀하며 시작됐다. 올해 행사는 지난 5일부터 10일까지 상하이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렸으며, 155개국 4100여 개 기업이 참여했다. 전체 거래의향 규모는 834억9000만 달러(약 121조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