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루=김은비 기자] 기아가 내년부터 유럽에서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2' 양산에 돌입한다. 슬로바키아 질리나(Zilina) 공장에서 본격 생산, 유럽연합(EU) 역내 생산으로 10% 수입 관세까지 돌파하며 가격 경쟁력 확보에 나선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내년 상반기부터 질리나 공장에서 EV2를 생산한다. 기아는 지난 2월 EV2 콘셉트카를 공개, 이후 EV2를 유럽 전략형 소형 전기 SUV로 포지셔닝하고 양산을 위해 개발을 빠르게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독일 도로에서 테스트 주행 중인 프로토타입이 포착, 출시 임박을 알렸다.
EV2는 대형 전기 SUV EV9에서 영감을 받은 박스형 디자인과 ‘스타맵(Star Map)’ LED 시그니처를 적용한 소형 전기 SUV다. EV3에 적용된 400볼트 E-GMP를 기반으로 리튬인산철(LFP)과 니켈·망간·코발트(NMC) 배터리를 모두 지원한다. 파워트레인은 전륜 구동 싱글모터 구성, 실용성과 도심 주행에 초점을 맞췄다.
판매 가격은 약 2만5000만 유로(4200만 원) 수준으로 책정될 예정이다. 앞서 송호성 기아 사장은 지난해 10월 영국 자동차 전문 매체 오토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내용을 밝힌 바 있다.
업계는 소형 전기차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유럽 시장에서 기아가 EV2를 현지 생산해 수입 관세를 피하면서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U는 모든 자동차 수입에 대해 기본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특히 EU 역내 생산으로 현지 전기차 보조금 수혜 요건도 충족, 유럽 시장 공략에 더욱 유리할 전망이다.
그동안 내연기관 차량만 생산해온 질리나 공장은 현재 전기차 전용 생산라인 구축을 진행 중이다. EV2 외에도 EV3, EV4, EV5 등 차세대 전기차 생산 후보 모델로 거론되고 있다.
2007년 준공된 기아 질리나 공장은 연간 30만 대 생산 규모를 갖춘 유럽 핵심 거점 중 한 곳이다. 유럽 전략형 해치백 ‘씨드(Ceed)’, 베스트셀링 SUV ‘스포티지(Sportage)’ 등을 생산하며 기아 유럽 시장 확대를 뒷받침해왔다. 앞서 질리나 공장은 지난해 하반기 EV4 생산을 위한 설비 공사를 완료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초저가 전기차를 유럽에 직접 투입하면서, 소형 전기차 시장의 가격 기준 자체가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며 “이 시장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곧 구매 결정으로 직결되는 만큼, 현지 생산을 통한 원가 절감은 실제 판매 확대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